‘당기는’ 한나라 ‘튕기는’ 민주

‘한-민 통합’ 단계적 절차로 전략적 선거연대 가능성

2006-09-22     매일일보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한-민 통합론’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한-민 통합’의 절대불가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대한 애정공세를 끊이질 않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한-민 통합’이 되면 이종교배(異種配种)로서 어떤 괴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대단히 위험한 장난이다”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민 통합’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입장차가 확연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호남에 대해 보다 더 노력하겠다”는 점을 누차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21일 인터넷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호남에 대해 노력도 안하고 왜 표를 안주냐 하는 것은 ‘투정’”이라며 “지역감정 해소는 기다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노력을 발판으로 ‘한-민 통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오는 10.25 재보선에서 ‘한-민 통합’을 위한 단계적 절차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략적 연대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물론 이같은 선거공조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해 먼저 물꼬를 튼 한나라당은 여전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강재섭-한화갑의 양당대표가 '한-민 연대' 입장을 밝힌 이후 '전효숙 사태'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어, 민주당의 '절대불가' 쐐기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10.25 선거공조 불씨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10.25 재보선 전략적 연대에 가능성 열어놔

10.25 재보선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략적 연대 가능성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먼저 불을 지핀 사안이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의원모임 ‘국민생각’ 간담회에 참석한 강재섭 대표는 이 날 한나라당측으로부터 초대받고 참석한 민주당 한화갑 대표에게 “10.25 재보선 전남 해남ㆍ진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는 게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느냐”며 민주당을 위한 한나라당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당시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형오 원내대표는 21일 “농담 수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략공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고려해 볼 여지도 없다”며 강하게 차단막을 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10.25 재보선 전략적 접근의 경우에는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가 토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10.25 재보선에 한나라당이 누가 나오든 우리하고는 무관하다”며 “한나라당과의 전략적 연대는 고려해볼 여지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10.25재보선 전남 해남ㆍ진도 공천을 원래는 전남도당에서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포해 중앙당에서 의결할 것 같다”며 “이 문제를 민주당과의 연대 등 전략적으로 접근할 경우에 공천심사위원회와 지도부간에 회의가 있어야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10.25 재보선 선거 공조와 관련해서도‘한-민 통합’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부정적이지만 한나라당은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진정성 보이는 차원에서 전략선거 가능성 대두

특히 현재 한나라당이 잇따른 ‘퇴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구애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차원에서 전략선거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지역간감정을 해소하고 통합하기 위해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여당이 민주당을 ‘매춘부 정당’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당장 양당이 합당한다면 민주당이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그래서 당 대표로서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민 통합’에 있어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1일, 김형오 원내대표도 인터넷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한나라당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세대가 합쳐진 것인데, 이 가운데 민주화 세력이 민주당과 뿌리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한 뿌리’라고 주장한 홍준표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호남에 대해 노력도 안하고 왜 표를 안주냐 하는 것은 ‘투정’이다. 지역감정 해소는 기다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끝없는 구애를 하는 한나라당의 마음을 민주당이 받아줄지, 그로 인해 10.25 재보선에서 ‘한-민 통합’의 단계적 절차로 전략적 선거 연대가 이뤄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류승연 기자 <사서서울닷컴제휴사=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