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유사석유파동' 나 몰라라~
품질관리 허점에도 '제품에 문제없다' 변명만 '급급'
<석유품질관리원 "등유식별제 포함은 곧 등유가 섞인 것">
<피해 주유소 "현대오일뱅크 아무런 조치 취해주지 않아">
이어 이 관계자는 "석유품질관리원에서 등유 식별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무조건 등유를 넣은 것이라 보고 유사석유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며 "석유품질관리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등유식별제가 발견된 경유에 대해 석유품질관리원의 태도 또한 단호하다.
관리원 검사팀의 한 관계자는 "식별제라는 것은 등유와 부생원료에 들어가게 돼 있다" 면서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검사를 할 때 식별제가 나왔다면 당연히 등유나 부생원료가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석유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사석유 판매를 지적 당한 해당 주유소 업주들은 이번 일을 처리하는 현대오일뱅크 측의 태도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주유소 업자는 "처음에 현대 측에서 이 일을 알았을 때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문제의 경유를 회수하고 나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처음 등유식별제가 경유에 섞인 것을 알고, 지난달 석유품질관리원이 해당 주유소에 유사석유 판매를 통보, 이 일이 최근 언론에 알려지기까지 4개월 여 동안 문제의 주유소에서 경유 잔여량을 회수한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한 것이 없는 셈이다.
올해 2월 유사 휘발유 세녹스의 사용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뒤 정유업계는 자사 주유소 체인의 품질 관리에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사장 또한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며 지난 3월 품질관리팀원을 14명에서 19명으로 늘리고, 검사시스템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공장 출하 단계에서 석유제품에 넣는 알킬계 식별재 함유량을 재는 '식별재 테스트' 를 통해 타사 기름인 유사 휘발유 등이 섞여 들어갔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기도 했다.
만약 유사석유를 쓴 주유소가 적발되면 곧바로 현대오일뱅크 간판을 내려야 했고, 실제로 일각에 따르면 지난해엔 주유소 3곳이 브랜드를 회수 당하기도.
더욱이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얘기만을 강조하며 '직원의 실수'를 뒷전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대오일뱅크 측의 대응에 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등유를 섞은 경유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경유와 등유가 규격이나 성분이 거의 같기 때문에 섞어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사 경유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 연비가 감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차량 엔진 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유사경유 판매는 곧 탈세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즉 경유는 자동차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교통세가 부과돼 가격뿐이 아니라 세금 또한 등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때문에 여러모로(?) 저렴한 등유를 경유에 혼합해 '진짜 경유' 인 것처럼 판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