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친정집에서 고소당한 딸의 심정”

‘KBS 블랙리스트’ 명예훼손 피소 공식입장 표명

2011-07-19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이한듬 기자]

코미디언 김미화가 ‘KBS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김미화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2층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찍소리'라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며 “오늘 입장발표가 왜곡되지 않고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말문을 열었다. 

“블랙리스트,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말 한마디면 끝났을 일”

김미화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먼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KBS 블랙리스트'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지난 4월 KBS 자사직원으로부터 제가 일종의 기피인물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제 이마에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달라고, 비참한 심경을 담아 짤막한 글로 하소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김미화는 “KBS의 수 많은 개그 프로그램을 만든 저 이기에 출연금지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물어볼 수 있는 권리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며 “KBS 측에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표명했음에도 이 시점까지 왔다”고 말했다.그는 또 “정말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은 것 뿐”이라며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말 한마디와 대화로 간단히 풀어갈 수 있었는데 제 뒷전에 활을 쏘셨다”고 밝혔다.아울러 김미화는 “저는 KBS를 항상 친정에 비유하곤 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친정집에서 고소 당한 딸의 심정”이라며 “오랜 시간 KBS에 나의 모든 정열과 청춘을 바친 대가가 명예훼손 고소이고, 9시 간판뉴스 저에 대한 보도인 것이냐”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번 사건, 단순히 트위터로 촉발 된 것 아니다”

김미화는 한편 “이번 일이 단순히 트위터의 글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며 “내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후부터 일부 매체에서는 저를 ‘정치하는 연예인’, 이른바 ‘폴리테이너’라는 멍에를 씌웠다”고 말했다.이어 김미화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SBS 개표방송 진행을 맡았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나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노 대통령께 하회탈을 선물했다. 그런데 나만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혔다”며 “이후 해명을 위해 SBS 사장님께 당시 상황이 ‘김미화씨의 개인적인 정치적 판단이 아닌 방송국의 판단에 따른 방송’이라는 증명서를 받아야 했다”고 일화를 설명했다.그는 또 “제가 정치하는 것을 보신 적 있느냐”고 반문하며 “한나라당 집권이든 민주당 집권이든, 선별적인 응대 없이 이 나라의 코미디언으로서 나를 필요로 했을 때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내 재능을 사용했다”고 전했다.마지막으로 김미화는 “고소 당하는 것이 처음이라 무척 떨리고 한편으론 서럽다”며 “그러나 저 뿐만이 아니라 제 후배 연기자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고자 결심했으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코미디언을 슬프게 하는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김미화는 기자회견 직후 이날 11시에 예정된 KBS 명예훼손혐의 고소인 자격 경찰조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