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소주업계 왕따' 자처한 까닭

"은혜를 모르는 롯데가 아니다"

2010-07-19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국내 소주업계 2위의 롯데가 ‘업계 왕따’를 자처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업계 1위 진로를 포함한 국내 내로라하는 소주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집단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하지만 롯데와 두산만은 단체행동(?)에서 발을 뺐다.  대체 왜 그랬을까. 지난 16일 진로 등 9개 소주업체들은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당초 공정위에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11개 업체 였다. 이들 중에는 롯데와 두산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166억원에 이르는 메머드급 폭탄 과징금을 맞은 진로 등과 비교해 상대로 적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롯데(1억7,500만원)와 두산(3,800만원)은 이번 단체행동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이 단체행동에서 발을 뺀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과징금이 적다는 것.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봐야 유무형적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롯데가 두산주류를 인수할 당시 정부로부터 입은 ‘혜택’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는 시각이다. 롯데는 지난해 3월 업계 2위의 두산주류를 5,030억원에 전격 인수해 소주업계에 진출했다.하지만 이를 두고서 말들이 많았다. 롯데는 MB정부 출범이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에 잇달아 성공해 ‘롯데가 나서면 정부가 길을 터준다’는 특혜시비가 일었다. 두산주류 인수 때에도 이와 같은 논란이 제기됐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롯데가 막걸리 시장 진출 등 다각적 사업 진출을 검토 하고 있는 마당에 공정위와 괜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발을 뺐을 것이란 시각이다. 쉽게 말해 공정위에 밉보여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판단에서란 것이다.

여하튼 이번 일로 롯데는 업계의 왕따로 낙인찍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