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6일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고 있어 이제 분양원가공개제를 반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후분양제와 관련해서도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정부정책에 충격을 줄 것이며 이는 정부가 급작스런 정책변경 없이 (현 제도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집중 투자계획 마련중... 공개범위는 더 연구”
노 대통령은 이날 MBC TV의 ‘특집 100분 토론-쟁점과 진단,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전시 작통권과 FTA를 포함한 한-미 관계·부동산 문제, 비전2030 등 국정운영과 헌재소장 문제 등 정치 현안의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과 시민사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고 있어 이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며 “이렇게 될 경우 공급이 달리거나 값이 폭등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이) 대대적인 주택공급을 하고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는 계획을 지금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원가공개의 범위와 관련해 “건교부에서 더 연구하고 경제보좌관실도 더 들여다 본 뒤 최종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후분양제 신중히 재검토…시장 교란 없도록 관리할 것”
또 아파트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지금 원칙적으로 정부는 그 방향(후분양제)으로 가도록 이미 계획을 잡아 놓고 있는데, 속도를 좀더 앞당기자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하게되면 정부 정책에도 일단 충격을 주고 이를 다시 한번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제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줄여줘야 하며, 전체 부동산 공급시장을 교란시키는 그런 급작스런 정책 변경은 없도록 아주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조율하고, 북·미 동의하도록 하는 것 우리 역할”
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관계에 대해 “지금 북한과 미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여기에서 한국이 중심에 서서 중국과 항상 대화하면서 조율하고, 미국과 북한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것은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한미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과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정상 차원의 노력이었으며 이를 공식화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작통권 환수에 대한 일부의 반대와 우려에 대해 노 대통령은 “환수는 명백히 우리의 의지이며 작통권과 주한미군의 안전보장과는 교환조건도 아니다”며 “한미동맹은 이상없다”고 못박았다. 또 “작통권 환수 반대론자들이 ‘안보와 애국은 그들만이 할 수 있다’는 독선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무원칙·무책임하게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한미관계를 비롯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더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비전2030은 정부든 여·야든 제시해야할 절박한 미래 대책”
노 대통령은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과 관련, ‘3차 협상 이후 어려운 국면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어렵다고 흐지부지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서로 극복하고 노력해서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FTA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2003년부터 준비했던 것이며, 졸속이라면 정부가 올해초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국회에서도 진작 특위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국회가 느긋하게 하고 있는 동안 협상팀은 밤잠 안자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전2030에 대해 “스웨덴 모델과 우리나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복지 분야 지출에서 큰 차이가 난다”면서 “(비전 2030)은 대통령이 내놓지 않으면 야당이나 여당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며, ‘이대로 가면 정말 큰 일 난다’는 뜻에서 정부가 내놓은 소박한 우리 미래의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문제에 대해 “전 후보 인사는 ‘코드인사’가 아니며 무슨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재판을 할 사람도 아니다”면서 “ (국회에) 절차를 보완해 드렸으니 이제 국회쪽에서 절차가 부족해 반려하면 반려하는대로, 표결해서 부결하면 부결하는대로 처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저의 처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도개혁세력 통합론 등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며 말할 영역도 아니지만, 무조건 정치적 이해관계, 승리·패배에만 매몰돼 선거용 정당을 만들고 깨고 하는 것은 좀 앞으로 안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