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대가, 사형보다 참회시간 줘야”
사형수 출신 유인태 의원, 사형수 영화 특별시사회 주선 눈길
2007-10-01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지난 달 25일 서울 용산 CGV가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로 한때 소란스러웠다. 사형제 존폐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특별시사회가 이 곳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에 송해성 감독, 임채정 국회의장, 조성애 수녀, 공지역 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날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은 다름아닌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었다. 유 의원이 바로 ‘사형수 출신’이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유 의원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특별시사회를 직접 마련한 까닭이다. 소설가 공지영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형수와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여교수가 서로의 상처에 공감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개봉 첫 주 12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유 의원은 지난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당시 서울대 대학생이었고 학생 운동에 빠져있었다. 박정희 유신체제의 역사적 부당성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지난 2004년 그는 국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해 12월 국회에 사형제 폐지법안을 제출하며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 무렵, 공지영씨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설이 영화로 제작돼 최근 개봉한 것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동료 의원과 보좌진 등 8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도 시사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천 의원은 장관 재직 시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촬영 장소를 제공하는 등 영화 촬영과정에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유 의원은 이번 시사회를 계기로 사형제 폐지 여론을 환기하고, 사형제 폐지법안 통과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그는 “살인죄에 대한 대가는 사형을 집행하는 것보다 진정한 참회의 시간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시사회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여야 의원 175명이 공동 발의한 사형제 폐지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미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 공청회까지 마친 상태다.유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사형제 폐지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그는 “사형제 폐지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의원 총수의 1/4 이상 동의를 얻어 개최할 수 있는 전원회의를 거쳐서라도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사형집행은 지난 1997년 이후 약 8년 여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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