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직 ‘솔솔’

열린우리, 내년 대선 앞두고 최대 위기 봉착…제3후보로 ‘승부수’

2006-10-03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여권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 총리직을 제의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 같이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김 원내대표의 제의를 수락할 경우 여권의 대선구도는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매일일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고 전 총리를 만나기 이틀 전인 지난 달 10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만나 ‘행정경험을 쌓기 위해 내년 개각에 총리직은 맡아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이 행정 경험이나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정 경험을 갖춰 내년 대선후보로 자연스럽게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운찬 내년 개각에 총리한다?

만약 이 같은 발언이 사실일 경우 여당발 정치권 새판짜기에 시동이 걸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범 여권 차원의 정계개편 논의가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발언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권 일각에서 물밑 거론되던 이른바 ‘제3후보론’의 한 부류로 꼽히는 정운찬 전 총장을 향한 여권의 ‘총리직 제의’는 이번이 처음인 셈으로 정 전 총장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위해 슬슬 기지개를 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접촉함으로써 여권은 그동안 관심을 표명한 세 명의 인사(정운찬, 박원순, 고건)와 모두 접촉한 셈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정운찬 국무총리설’에 대해 ‘일단’ 부인하는 모습이다. 우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운찬씨가) 총장을 그만둔 뒤 위로하는 식사 자리였다”며 “교수 몇 분과 함께 만나는 공개된 자리였고, 정치 이야기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정 전 총장도 지난 달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만나 대선 문제 등에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도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와 따로 만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라며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만난 것인데 우리가 접촉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다 보니 내가 정치를 하려는 것으로 오해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대통령감이 못된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여당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 전 총장 영입 ⇒ 내년 오픈프라이머리 후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오픈프라이머리 후보자로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다.

외부선장론으로 제3의 후보 부각

그러나 정운찬 전 총장의 이 같은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6일 언급한 ‘외부선장론’과 함께 그가 ‘여권의 제3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현 열린우리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제3후보인 정 전 총장의 ‘여권 끌어들이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가 여당 내부적으로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 중심엔 열린우리당의 ‘킹메이커’로 불리우는 김한길 원내대표가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주자로 대권 후보를 사실상 정리한 것과 달리, 열린우리당은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당의장, 천정배 의원,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지율이 5% 아래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1%에 가까운 사람도 상당수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에서 거론되는 대선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은 ‘도토리 키재기’라는 우스개소리도 떠돌고 있다.

결국 여당 원내대표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의 이번 만남은 당내 대선주자들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당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여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여당 내 핵심 인사들은 정 전 총장을 영입함으로써 다음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진짜’ 스타급 인물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지도’ ‘인기도’ 모두 높이 평가

여권이 정운찬 전 총리를 상대로 구애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그가 지닌 ‘인기도’와 ‘인지도’가 국민으로부터 모두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선 서울대 총장으로 임기를 다 채웠다. 취임 당시 공약을 지킨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에 가깝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소신껏 일을 추진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정책과 황우석 교수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안이 터져나올 때도 그는 소신을 지켰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노무현 정권 승계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그는 사사건건 노무현 대통령과 그리고 여당과의 갈등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감각도 있다’는 평까지 받아왔다. ‘참여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그의 과거(?)는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확률도 있다.

하지만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역시 대권후보로서 지지율은 1%에 못미치고 있다. 대중적 선호도가 없는 셈이다. 물론 본인이 정치활동 의사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수치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정치활동 움직임을 공식화할 경우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여당에게 정 전 총장은 ‘승부수’가 분명히 될 수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총리로서 존재할 경우 곤두박질치고 있는 여당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도 있다.

여권이 승부수를 던진 정운찬 카드가 성공할지 여부는 늦어도 다음 달인 11월 중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영, 최봉석 기자 <bstaiji@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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