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틸러스효성·LG CNS 등 ATM업계, 은행 '갑의 횡포'에 울상
역경매 입찰·타행 낙찰가 확인 방식···“기기 가격 떨어뜨려”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노틸러스효성, LG CNS 등 국내 ATM업계가 은행들의 불공정한 입찰 방식에 울상을 짓고 있다.
소위 ‘갑’ 위치에 있는 은행들이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을 써 ATM업체의 기기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TM 기기 평균 낙찰가격은 2009년 1950만원에서 지난해 1200만원으로 38% 하락했고, 올해 낙찰가에선 1100만원 정도로 더 떨어졌다.
국내 ATM 업계는 노틸러스효성(시장 점유율 50%)과 LG CNS(40%), 청호컴넷(10%)이 과점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계열사인 제조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면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이지만 기기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기댈 곳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는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LG CNS의 경우 2014년 협력업체 3∼4곳이 폐업했는데, 지난해에는 폐업 업체가 10곳으로 늘었다. 효성 같은 대기업 제조사도 생산 공장을 중국 등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다.
ATM 업계는 은행들의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역경매는 은행이 산정한 예상가격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반복 입찰이 가능한 방식이다. 가격을 제시한 순간 순위가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2등 업체는 낙찰자가 되려고 가격을 여러 차례 낮출 수 밖에 없다.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이에게 물건을 파는 경매와 반대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은행들이 ATM 입찰 전 제조사로부터 다른 은행 낙찰가격을 받아내 이를 예상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ATM 업계에선 해외 은행의 경우 ATM 입찰 때 기술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는데 비해 국내 은행은 가격만을 평가해 출혈경쟁이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제품 개발을 할 유인 목적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ATM 제조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타 은행 낙찰가를 제출하라고 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며 “은행이 내건 예상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 업체들의 불참으로 유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은행은 ATM 업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ATM 가격이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이후 업체 간 담합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입찰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ATM 제조사들은 2003∼2009년 가격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발달로 ATM 숫자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