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전 검찰총장, 저축은행서 소란 피운 내막
저축은행측 “김상고 회장 돈만대주고 골프장 운영 제외 등 합당한 대우 못 받아?”
2011-07-23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전 검찰총장이 한 저축은행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란을 피우고 폭언을 일삼은 이는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총장직을 사임하고 기밀 누설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심승남(66)씨. 현 포천힐스컨트리클럽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인천 주안 소재인 모아저축은행 김상고 회장이 포천골프장 부지매입으로 빌렸던 돈을 변제하라는 소송을 걸자,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힐스컨트리클럽의 법인이사까지 같이 지낸 이들이 소를 걸고 소란을 피우는 등 서로를 등지게 된 사연을 <매일일보>이 취재해봤다.
포천 골프장 신승남 회장, 모아저축 김상고 회장 소송에 소란 피우는 등 악화일로
소란의 진짜 이유는 ‘돈’?
당시 신씨가 소동을 피웠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신씨의 도덕성을 의심했다. 신씨의 행동이 전 검찰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모아저축은행에 찾아가 명의개서(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주주명부를 고치는 일)를 요구했는데, 함께 간 운전기사 외에는 명의개서를 해주지 않아 폭언을 일삼았다. 신씨는 모아저축은행의 주식 5%(약51억원)를 갖고 있는 주주였는데, 지분을 쪼개 6명에게 나눠줄 요량이었다.신씨는 명의개서를 해주지 않으면 주주총회를 방해하겠다고 하는 등 모아저축은행 관계자 3명과 4시간 가량의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명의개서를 위해선 주식을 받는 사람이 직접 방문하거나 위임장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신씨는 그러한 조항은 상법에도 규정에도 없다고 따졌다고 한다. ‘감옥에 갈 준비를 하라’는 등 신씨의 폭언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급기야 모아저축은행 노동조합 관계자 중 한명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올렸다. 그런데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신씨의 소동’은 세간에 알려지게 됐고, 신씨는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모아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씨가 난동을 피운 날은 상반기 결산업무로 은행직원들에겐 유독 바쁜 날이었다”며 “6월 말 결산 내용을 토대로 오는 8월 정기주총을 열 예정이었는데, 신씨가 주총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 날을 골라 찾아온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소동은 단순한 명의개서 요구가 아닌, 주총을 방해하고 업무를 방해하려는 다분히 의도가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엔 ‘골프장’과 ‘돈’이 있었다.김 회장만 쏙 빼고 셋이서 쿵짝?
여러모로 문제 많은 골프장?
그도 그럴 것이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의 ‘2009년 감사보고서’만 봐도 회사는 특수관계자인 주주로부터의 차입금이 당기 말 현재 132억이며, 특수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담보 및 지급보증이 있다고 밝혀 사실상 부채가 많았다.재무재표상 당기순손실은 지난 2008년 5여억원에서 지난해 50여억원으로 10배이상 불어났으며, 미처리 결손금 또한 10여억원에서 60여억원으로 6배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골프장은 개장 과정에서도 말썽이 많았는데, 지난 5월6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골프장 인·허가 대가로 뇌물을 받은 이중효(52) 포천시의회 의장을 구속했다. 이 의장은 포천힐스컨트리클럽 법인 이사 중 한 명인 이모(71)씨로부터 지난 2005년 500만원과 2008년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신씨는 지난 2002년 신씨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뒤 특검에 의해 공무상 기밀누설, 직권남용죄 등으로 기소돼 지난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변호사법은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뒤 2년간 개업을 못하게 하고 있으나, 신씨는 2007년 사면복권 돼 지난 2008년 3월부터 변호사 활동을 재개했다.<매일일보> 확인 결과, 신승남씨는 현재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 신승남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건 수임은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이전엔 ‘경영 자문 사무소’를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