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꾸준함’의 힘…스스로 전설이 되다
대음악예능시대 ④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매일일보] 어떤 재능도 ‘꾸준함’을 이길 수는 없다.
‘대음악예능시대’의 씨를 뿌린 것은 MBC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였고 꽃을 만개시킨 것은 ‘복면가왕’이지만 대음악예능시대가 가능할 정도로 대중음악의 비옥한 토양을 만든 것은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명)이다.
불명은 2011년 나가수 시즌1이 임재범 컴백 등으로 최고의 화제성을 한창 구가하던 그해 6월 ‘따라하기’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한동안은 나가수에 나갈 급이 안되는 가수들만 나오는 ‘2부 리그’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국민예능 ‘무한도전’과 동시간대라는 제약에도 별다른 부침 없이 방송을 이어오면서 몇 차례의 시스템 정비와 다양한 장르의 가수 섭외로 한 회 한 회 방송될 때마다 자신만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왔다.
더욱이 우리 대중음악계에 ‘전설’로 불리울 만한 인물이 계속 공급될 수 있을까했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수많은 원로 음악가들을 발굴해 재조명하고 주옥같은 명곡들을 이 시대의 호흡으로 부활시켜온 불명은 스스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불명이 낳은 스타’들의 이름을 거명하면 ‘스스로 전설이 되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MBC 듀엣가요제 첫 명예졸업을 이루고 같은 방송사 ‘여러분의 선택 복면가왕’에서 생방송 가왕까지 차지한 B1A4 산들은 그간 불명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복면가왕 본방 ‘3자 대결’에서 부른 임재범 ‘겨울편지’에 대해 인지도 적은 선곡에 “우승 의지가 없었다”는 평도 있지만 산들은 2013년 불명 ‘임재범 2편’에서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라는 인지도 적은 곳으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산들 외에도 아이돌 최고 가창력을 인정받는 시스타 효린과 에일리, R&B교본으로 불리는 문명진, 부활 9대 보컬 정동하와 10대 보컬 김동명이 모두 불후를 통해 인지도를 쌓았고, 포맨 신용재에게 ‘괴물보컬’이라는 별명을, 한류스타 황치열에게 ‘슈퍼루키’라는 별명을 그리고 손승연에게 이 두 별명 모두를 부여한 곳이 바로 불명이다.
또한 팝페라 가수 임태경과 국악 소녀 송소희, 국악인 남상일,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뮤지컬 가수 김소현&손준호 부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불명이고 이들 ‘불명 출신 가수’들은 지금 다양한 음악예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불명이 만든 전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지금 복면가왕에서 초장기 연승이 점쳐지고 있는 ‘팝콘소녀’로 추측되는 가수 알리다. 알리는 불명 역대 최고점수와 최다 우승의 기록을 모두 독차지하면서 ‘불후의 안방마님’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알리의 불명 무대들 중에는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고 하나하나가 ‘전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2011년 김희갑&양인자 편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알리에게 작사가 양인자는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숨이 멎었어요. 멎었네”라는 전무후무한 극찬을 남긴 바 있다.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조영남 편의 ‘내 생애 단 한번만’이나 윤항기&윤복희 편의 ‘여러분’, 인순이 편의 ‘아버지’, 이승철 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도 대표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우승 무대들보다 더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14년 양희은2 편에서 부른 ‘아름다운 것들’이다. 당시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됐던 양희은의 깊은 호흡을 재현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무대를 보여줬다.
이렇게 언제나 한 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불명이 없었다면 이런 무대들이 과연 만들어질 수 있고 이런 가수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 늘 욕먹는 ‘TV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