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지펠 냉장고 또 폭발

"경찰이 처리한 일인데 제조업체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다"

2011-07-26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가 지난해 폭발한 데 이어 최근 또 폭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냉장고 폭발사고로 대대적인 리콜 조치를 한 바 있는데, 리콜조치를 한지 8개월만인 지난 6월 냉장고 폭발이 의심되는 화재가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가정집에서 발생했다.

경찰과 국과수의 감식결과 등에 따르면 파열된 냉장고에서 발화 원인으로 작용할만한 전기적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번 폭발 사고에 대해 의심을 쉽사리 풀지 못하고 있다. 

 <매일일보>이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단독 취재해봤다.  

 
 

삼성 지펠냉장고 지난해 10월 폭발 사고 이어 최근 용인시 대림아파트 가정집에서 또 폭발

피해자 A씨, "명확한 사고 원인도 알 수 없었고, 수거 절차상에도 문제 많았다" 등 각종 의문 제기

지난 6월23일 오후 7시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위치한 대림아파트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당시 집안에 있었던 A모(43)씨의 아내 B모(45, 여)씨는 현관 입구 쪽 침실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B씨는 갑자기 정전이 되고 비상벨이 울려 방문을 열어보니 냉장고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전했다. 탄내와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B씨는 즉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리고 친구랑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은 3층의 베란다까지 태울 정도로 컸고 대피 도중 같은 동 주민 4인은 연기를 들이마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사건으로 A씨와 동 주민들은 아파트 단체 화재보험을 통해 일정부분 보상을 받게 됐다.

언론플레이는 하지마라?

그러나 A씨의 집은 불타버렸고 화재현장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A씨는 화재 원인이 궁금했다. 하지만 용인경찰서 화재 감식반은 ‘방화’나 ‘실화’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말해,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A씨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화재현장에 있던 아내 B씨가 냉장고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당시 주방의 냉장고는 삼성전자 지펠 양문형 냉장고(SRT756****)로 A씨가 아파트에 입주한 3월 말에 새로 구입한 것이었다.이에 그는 좀 더 명확한 원인을 알고자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센터(A/S)에 연락을 취했고, 삼성전자 담당관계자가 6월24일 찾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재발생 현장을 둘러보고 검사를 하는 중 냉장고 옆에 휴지통이나 다른 발화원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화재현장에는 발화위험이 있는 물건은 없었다.그런데 찬찬히 사고 현장을 둘러본 삼성전자 관계자는 A씨에게 황당한 말을 했다. A씨를 비롯 동아파트 주민들에게 근래에 사람들이 자주 언론플레이를 하는 데 언론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뜻밖에도 <매일일보> 취재결과 A씨등에게 이렇게 주문한 삼성  관계자는 지난 5월 휴대폰 폭발사고자인 이모(28)씨에게 500만원을 주며 언론에 알리지 말 것 등을 주문(?)했던 김모씨와 동일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3주후 A씨는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경찰서 자료열람을 통해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알 수 있었다. 국과수 감식결과에 따르면 “연소현상을 고려할 경우, 제시된 냉장고 전면 좌측부분을 최초 연소지점으로 볼 수 있지만, 최초 연소지점으로 한정되는 냉장고 전면 좌측 부분의 남아있는 구성품 및 배선에서 발화 원인으로 작용할만한 전기적인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아, 구체적인 발화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용인시에서 있었던 화재사고는 국과수의 감식결과를 참조해 달라”며 “경찰이 의뢰했으니 국과수의 감식결과는 경찰의 조사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가는 냉장고 수거방식?

그런데 A씨는 국과수에 조사대상물이 전달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국과수의 결과를 신뢰하지만, 수거 및 전달방식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증거물 보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리절차였다”고 주장했다.A씨는 경찰이 국과수에 냉장고를 넘기기 전 주말인 지난 6월26일부터 이틀 동안(토, 일) 파열된 냉장고를 경찰이 아닌, 삼성이 부른 용역기사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A씨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삼성이 냉장고를 수거해가겠다고 요청해 이미 한 차례 거절을 했었다”며 “경찰이 함께 했다고는 하지만 파열된 냉장고 보관을 경찰이 아닌, 삼성전자측 용역기사가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증거물 보존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의 말대로라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과수가 근무를 시작하는 월요일까지 냉장고를 사건 현장에 그대로 두지 않고, 토요일에 그것도 삼성전자 측의 인원과 차량을 동원해 냉장고를 이틀이나 미리 수거간 셈이다.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찰의 입회하에 용역기사를 불러 화재사고 현장에 있던 냉장고를 수거해 갔다"며 “경찰이 처리한 일을 제조업체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삼성측의 수거방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문짝 부근에서는 발화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짝을 수거 할 필요는 없다며, 기타 냉장고 잔해물(분리된 문짝 및 온도조절스위치)은 수거해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불완전한 제품?

<매일일보> 취재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화재장소에 있었던 양문형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일부 리콜 조치했던 SRT, SRS, SRN 계열의 제품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모델은 아니지만(뒤에 숫자와 영문이 다르고 생산년도가 다름), SRT(SRT756****)계열의 제품이었던 것. 현재 단종 됐지만 지난해 10월 초 폭발했던 지펠 냉장고(SRT686TPGI)의 모델 계열도 SRT계열의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29일부터 올해 1월31일 까지 3개월간 대대적 리콜을 시행했을 당시, 리콜 대상 기간(2005년 3월~2006년 6월)에 생산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동일 모델 계열의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들에게도 무상으로 안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었다. 이는 동일한 모델이 아니더라도 동종모델 계열에 대한 안정성 여부를 우려해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일 계열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A씨의 냉장고는 올 2월에 주문해 3월말에 받은 신제품으로 생산년도부터가 달라 리콜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A씨의 냉장고는 사용한지 석 달도 채 안 된 지난 6월4일(화재발생 19일전) 심한 소음이 발생해 삼성전자 A/S를 받은 제품이었다. 때문에 A씨의 냉장고가 처음부터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받은 제품이냐는 데에 의문이 들고 있다. A씨가 노트한 국과수의 감식결과 중엔 “동 부분에서 유실되어 제시되지 않은 냉장고 상단면의 좌측 측면 배선일부와 전면 패널부분 및 이의 연결배선 일부에 대해서는 상태의 검사가 불가해 동 유실부분에 대한 발화관련 여부는 논단이 불가하다”, 냉장고 상단의 후면부에 설치된 제어함 내부에서 식별되는 전기적인 발열에 의한 용융흔은 연소현상을 고려할 경우, 연소 확대되는 과정에서 절연 피복이 소실되면서 전선일부가 제어함 커버 안쪽부분과 접촉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화재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가 화재사고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용인경찰서 화재감식반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에서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서부서로 넘어갈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어떠한 질문에도 노코멘트 하겠다”는 말로 일체의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