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차 사내하청 직접고용으로 봐야”

참여연대 “법원의 잇따른 판결은 무분별한 간접고용 사용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것”

2010-07-2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비즈]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원청회사인 현대차에서 직접 고용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 3부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통해 “원청회사의 직접적인 노무 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 만연되어 있는 불법파견 관행에 제동을 걸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사내하청을 통한 대기업의 간접고용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하였고, 특히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어 왔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조사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현황조사’에 따르면 963개 사업장 노동자 중 21.9%가 사내하청 노동자이며 이들 노동자의 비중은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서 각각 55%, 4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 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임금, 복리후생 등 각종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아 왔고, 일상적인 고용불안정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원청기업들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도급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현실을 악용해 ‘사내하청’을 도급이라 주장하며 법적인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로 인해 자동차·조선 업종의 ‘사내 하청’ 문제는 편법적인 비정규직 고용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끊임없이 ‘불법파견’, ‘위장도급’ 논란을 야기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근거는 △사내하청노동자의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 △현대자동차가 노동 및 휴게시간, 근무교대와 작업속도를 결정한다는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태 및 인원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 등.

'하청'이라는 고용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노무지휘 관계를 중심으로 볼 때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사내하도급관계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더불어, 이번 판결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활용에 제동을 걸 뿐만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여연대는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판결은 무분별한 간접고용 사용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것인 만큼, 현대자동차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조속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조선 업체들도 사내하청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부는 간접고용에 대한 잇따른 법원 판결의 취지를 받아들여 대기업 사내하청에 대한 현장감독을 강화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