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 모르쇠에 판교 가계약자들 뿔난 내막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2010-07-27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삼환나우빌'로 유명한 삼환기업(회장 최용권)이 판교 테크노밸리 상가 분양 가계약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분양대행을 맡은 D사측이 최근 재정난으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정식 분양 전에 이뤄진 가계약자들은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여기서 가계약자들이 삼환에 화난 이유는 이같은 사태가 이미 예견됐음에도 불구 시행?시공을 맡고 있는 삼환이 그동안 수수방관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순 D사 측이 이중분양계약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었을 때, 당시 삼환은 “우리 일이 아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 결국 사태는 수습불가 상태로 빠졌고, 그제서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삼환은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삼환이 D사 측과 가계약을 맺은 이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가계약자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내 ‘삼환 하이펙스몰’ 상가 분양 가계약자들, 투자금 모두 날릴 위기
분양대행사 부도 위기에 시행시공 맡은 삼환은 ‘모르쇠’, 가계약자들 법정소송 불사 

경기도시공사가 시행을 맡은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 사업은 세계 R&D산업의 메카를 지향, 5조2700억여원이 투입 예정인 매머드급 국책사업이다.

사업 면적은 66만2천㎡(20만평)에 달하며, 이 부지에 IT, BT, CT, NT 및 첨단 융합 기술 연구시설, 인프라 시설, 연구지원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 오는 2013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이중 SD부지는 지난 2006년 6월23일에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한 업무시설 내 위치하는 상가·오피스 부지다.

삼환은 SD-3블록에서 ‘삼환 하이펙스몰’ 상업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삼환 하이펙스몰은 총 대지면적 1만3천여㎡(3990평)으로 지하1층에서 지상3층까지는 판매시설을 비롯한 근린상업시설을, 지상4층부터 13층까지는 업무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판교 상가 분양 가계약자들, 삼환에 뿔난 이유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7년 상가 분양 대행계약을 D사 측과 맺으면서부터 시작됐다.  D사 측이 관할관청의 정식 분양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가계약을 통해 분양 모집에 나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D사 측은 가계약자들에게 분양권을 정식 분양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면서 수십여명의 가계약자들로부터 총 250여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중분양계약 논란이 일기도 했다. D사측의 이같은 행위가 알려진 시점은 지난해 중순께였다. 당시 D사 측 관계자는 “몇몇 상가 분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분양계약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몇몇 부동산중개사들이 우리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분양광고를 하고 모집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삼환 측은 “분양에 관해서는 전부 D사에 일임했기 때문에 삼환으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D사측이 잘 해결할 것이라고 하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최근 일부 가계약자들은 D사를 상대로 경찰에 고발을 하는 한편, 법적 소송도 제기하고 나섰다. 소송 규모는 총 24억여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D사 측과 가계약을 맺었다고 하는 박모씨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D사와 가계약을 맺은 후 분양권은 구경도 못했다”며 “약속을 미룬 게 대체 몇 번인지도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현재 대출 이자만 수백만원을 내고 있는데, D사 측은 재정난에 빠져있고, 삼환 역시 모르쇠로 나와 어떡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삼환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도 모자를 판에 저만 살고자 D사측과 맺은 계약은 무시한 채 이를 다시 분양해 버린 행위는 대기업으로서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삼환, “안타깝지만 D사와 해결할 일”

실제 박씨의 주장대로 삼환은 지난해 9월25일부터 직접 분양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환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중순까지 만해도 D사 측이 잘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사태가 더 악화되자 우리(삼환)가 직접 나서 분양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작년 9월25일 이전에 D사측과 맺은 가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우리(삼환)로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며 “D사 측과 맺은 가계약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번 정식 분양 절차상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힘주어 강조했다.끝으로 이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계약자들을 삼환으로서는 구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D사측과 해결을 봐야할 것으로 보이며 삼환 또한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계약 해지를 시키겠다고 D사측에 이미 통보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만일 삼환과 D사가 분양대행 계약해지를 하고, D사가 부도 처리된다면 가계약자들은 투자 원금마저 환급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삼환은 가계약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