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의 제왕’ GM대우 윈스톰…문제 여전?
주행중 출력저하로 '추돌위험' 확인…엔진룸 덮개 문제 알고도 ‘쉬쉬’
[매일일보비즈] GM대우 윈스톰이 주행 중 출력저하로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출시 초기 차량에서 엔진룸 덮개 디자인 잘못으로 엔진에 공기를 주입하는 호스와 간섭을 일으켜 호스가 절개돼 공기 공급이 끊겨 출력이 갑자기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호스는 정확하게 CAC(차지드 에어쿨러, charged air cooler) 호스라 부른다. 터보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고열을 인터쿨러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스가 잘려나가면 갑자기 엔진 출력이 저하돼 지난 인천대교 사고와 같이 주행 중 대형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윈스톰 2006년 11월식을 구입한 경기도 산본에 거주하는 심 모 씨(여, 45세)는 이달 중순 차량을 운행하다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윈스톰 차량이 운행 중 갑자기 엔진 출력이 떨어지며 15도 정도밖에 안 되는 언덕을 오르지 못해 중간에 그대로 서 버렸던 것.
심씨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소음만 크게 날 뿐 갑자기 출력이 떨어져 언덕을 오르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서버렸다”며 “지방 출장 중이어서 결국 시속 40km의 속도로 덜덜거리며 간신히 경북 의성지역의 GM대우 정비코너를 찾아 반나절 만에 겨우 고칠 수 있었다. 시동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솔직히 두려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심 씨가 경북지역의 한 GM대우 정비 코너를 찾아가자 정비사는 “엔진룸 덮개가 날카로워 호스와 간섭이 일어나 잘렸기 때문이다. 이런 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씨는 “정비사의 말을 듣고 확인해 보니 공기압 호스가 날카로운 엔진 커버 라인과 접촉돼 잘려 있었다”며 “안개가 끼거나 한계령을 넘는 상황이었다면 인천대교 사고와 같은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GM대우 측에 문의한 결과 윈스톰의 경우 2006년 6월 첫 출시 이후 엔진룸 덮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GM대우는 윈스톰 출시 이후 이를 인지하고 2007년 7월 엔진룸 덮개 디자인 자체를 바꿔버렸다.
하지만 이전에 판매된 차량에 대한 개선이나 무상 수리는 6개월이 지난 2008년 1월 서비스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진행한 게 전부다. 이미 초기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과 같은 일이나 문제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시차를 둬 개선을 했다는 것이다.
GM대우 관계자는 “윈스톰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품질과 차량 성능을 내부적으로 점검했다. 엔진룸 덮개 간섭으로 인한 호스 절단 문제를 발견한 이후 2007년 7월 덮개 디자인을 바꿨다”며 “그동안 이로 인해 문제가 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로 알리지 않고 2008년 1월부터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판매된 차량 3만4252대 중 95% 이상 개선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엔진 덮개와 흡입호스 간 마찰 때문에 (호스가 찢어져) 공기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출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마찰이 오랫동안 계속될 경우 문제가 생기지만 안전에 관계된 게 아니어서 지금도 무상 수리로 개선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엔진룸 덮개와 호스의 간섭 제거를 위해 별도의 프로텍트(보호장치)를 끼워 간섭 문제를 없앴다. 고객이 원하면 엔진 덮개를 절단해 해소해 줬다”고 덧붙였다.
엔진 꺼지고, 언덕에서 헉헉대고 ‘안전 심각’
하지만 확인 결과 이미 원스톰은 2007년 8월 한국소비자원에 주행 중 가속불량으로 23건이나 신고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안전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며 당시 건교부(현 국토부)에 시정명령을 건의했다. GM대우에도 2006년 6월 출시이후 2007년 7월23일까지 동일한 결함이 110건이나 접수됐다.
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2007년 1월부터 7월2일까지 접수된 관련 불만사례는 총 23건이었다. 이중 ‘가속불량 현상’이 21건(91.3%), ‘엔진경고등 점등’이 2건(8.7%)이었다.
당시 소비자원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센서 시그널의 비정상적인 ECM 전달, 엔진에 공급되는 공기량 부족현상 때문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러한 결함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건설교통부에 윈스톰 차량에 대한 제작결함 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었다.
수리 횟수도 다양했다. 소비자원은 가속불량 등의 현상으로 수리 받은 횟수를 분석한 결과, ‘1~3회’가 5대(21.7%), ‘4~6회’가 8대(34.8%), ‘7~9회’가 4대(17.4%), ‘10회 이상’도 6대(26.1%)나 됐다.
접수 사례 중 절반 이상(52.2%)가 4차례 이상 같은 문제로 서비스 센터를 찾아 수리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심 씨와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그 중 서울에 거주하는 심 모 씨(남, 당시 25세)는 2006년 12월 출고된 윈스톰 차량이 주행 중 언덕길에서 뒤로 밀리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 차는 언덕길에서 전진하지 않고 경고등이 켜지며 가속페달을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다가 갑자기 튕겨져 나가는 현상으로 5회나 수리를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오 모 씨 역시 2006년 8월 인수받은 윈스톰 차량이 주행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시속 80km이상 나가지 않았다. 시속 50~60km로 주행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5~10m가량 주행 후 차가 서버렸다. 오씨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하면서 가속이 되지 않았다. 이 현상 때문에 4회나 수리 받았지만 동일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고 밝혔다.
충북에 거주하는 김 모 씨도 윈스톰 차량이 고속도로 주행 중 가속페달을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고 언덕길에서 뒤로 미리는 현상으로 ECU(엔진·자동변속기·ABS 등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 장치) 업데이트, 출력과 관련된 각종 센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2007년 6월4일 주행 중 엔진이 멈춰 긴급출동서비스를 통해 견인되어 수리 받은 후 6월5일에도 똑같은 현상으로 견인 후 수리 받았다. 김씨는 “가속불량으로 여러 차례 수리 받았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 씨(여) 역시 “구입 초기 GM대우에서 차량 엔진에 문제가 있다며 점검을 받으라고 했다. 군포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덮개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그때 제대로 했다면 지금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목숨의 문제다. 이 일이 나만 있었을 리 없다. (GM대우가) 알아서 리콜 해야 한다”며 GM대우의 문제해결 방식에 심각한 결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GM대우 측은 “기능상 호스가 완전히 잘려나가도 출력만 낮아질 뿐 시동이 꺼지거나 엔진이 정지하지 않는다”며 “당시 서비스 업데이트 후 고객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렸다. 이번 문제는 프로텍트가 빠져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반복했다.
반면 심 씨(여)는 “3년 6개월 동안 수많은 진동으로 엔진덮개가 호스를 둘러싼 질긴 천을 자르고 안에 고무도 잘라버렸다. 당시 의성 서비스센터에서는 안동으로 가서 고치라고 했는데, 고객에게 엔진 출력에 문제 있는 차를 끌고 가라는 게 말이 되냐”며 “GM대우가 엔진에 문제 있다고 점검 받으라고 했던 당시에 정비를 제대로 안 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GM대우 윈스톰은 지난 2007년 1월6일 국토부(당시 건교부)로부터 2006년 4월11일부터 12월14일까지 생산된 4만6147대(국내 1만3893대, 수출 3만2254대)에 제작 결함이 발생해 대대적인 리콜을 한 적이 있다. 이는 2005년 4월 GM대우 라세티 4만9480대 이후 최대 규모였다. 덕분에 윈스톰은 ‘리콜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