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어 지경부장관도 ‘대기업 때리기’…왜?
2010-07-27 이황윤 기자
최경환 장관은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종휘 우리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최기의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등 6개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시스템(RCMS) 관련 업무협약식에서 "대기업들이 은행보다 돈이 더 많다"며 자금쌓기에 골몰한 대기업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장관은 또 "특히 삼성전자는 은행보다 더 싸게 돈을 빌려올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면서도 자금줄을 죄고만 있는 대기업에 대해 재차 불만을 표출했다.
이같은 최 장관의 발언은 집권 초반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친기업 이미지로 유명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대기업들의 경영행태를 꼬집으면서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관가는 물론 업계에서 발언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임기 초반에는 경제5단체 및 각 업종별 대기업들과 잦은 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민원해결 창구역할을 해온 터라 최 장관의 '대기업 때리기'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최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유예 등의 민감한 문제를 놓고 재정부, 환경부 등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 대기업들의 입장을 대변, 기업들의 기(氣)살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그만큼 이날 최 장관의 발언에 대한 대기업들의 체감온도는 냉랭할 법 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돌출성 발언을 놓고 최 장관이 정부내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부처 수장으로서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면서도, 정작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으로의 자금 선순환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띠는 대기업에 보내는 '경고'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는 대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MB정부의 '시각'이 집권 중반을 넘어서며 변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각종 경제지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심각했던 전년에 비해 일제히 상승세를 가리키고, 대기업들도 실적호조로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는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이 같은 경기회복세의 온기가 전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최경환 장관이 정부 내에서 부처 특성상 기업들과 가장 많은 스킨십을 하는 지경부 수장으로서 일종의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짐을 덜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고려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은행장들과 은행 수익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대기업과 비교하다 나온 단순한 발언"이라면서 "발언 자체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