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도 핵무기 보유해야”

북한 핵실험 뒤, 핵무기 남한도입 정치권 ‘찬반논란’ 확산

2007-10-16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깨졌다. 때문에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여야의원들은 이 때문에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이른바 ‘핵무장론’을 연일 펼치고 있다. 최근 성인남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67%가 “차제에 핵폭탄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견해는 일단 남북간 군사력 불균형이 발생한 점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한반도 내 비핵화 논리 전개가 이제는 무의미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체제에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한의 핵무장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정치권에서 남한의 핵무장 ‘찬반논란’이 연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논란의 현재’를 재구성해봤다.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야 일부 국방의원들의 입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지난 9일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보도에 따르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에 따라 긴급하게 소집된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군사적 도발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는데, 이에 일부 의원들이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은 “국방부에서 세게 나와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갖자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프레시안>은 보도했다. 그는 또 “국방개혁 2020에 따라 62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일 게 아니라 2000억 원 가량 들어가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비용을 줄이는 경제적 계산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특히 “비핵화 합의는 저쪽에서 깬 것인 만큼 91년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했고, 공성진 의원은 “한반도 전술핵 도입을 고려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김학송 의원도 “남한도 비핵화 선언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핵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면 미국의 핵우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이게 튼튼하냐”고 추궁했다. 열린우리당 이근식 의원도 “우리도 핵이 있어야 안심한다. 북한과 대등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한민국이 핵을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각 당이 당론 수준으로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처럼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 나올 전망이다.이와 관련, 지난 11일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나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핵무장론은 ▲전술핵 재도입 ▲한미연합사 체제 아래 미국의 핵우산(MD) 확보 ▲남한 자체 핵개발 등 크게 세 가지 방법론으로 집약된다.물론 이런 주장이 대세는 아니다.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전술핵을 철수하면서 남한은 이미 미국의 핵우산 체제에 들어가 있다”며 “섣부른 핵무장론이 확대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핵우산 확보는 위험부담이 적으면서도 ‘핵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핵보유 방식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이경재 한나라당 통일안보전략특위 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중단되고 연합사 체제에서 미국의 핵우산 속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고 <헤럴드경제>는 전했다.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남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논평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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