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내년 1월 평양에서 김정일 만난다
반 장관, 유엔 사무총장 첫 임무 북한방문 유력
2006-10-17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대북 사대주의’와 함께 이른바 ‘퍼주기’ 논란까지 들어가면서까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명분으로 북한을 상대로 한 ‘현 정부의 구애’가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 정부의 거듭된 ‘핵실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끝내 강행해 남한 국민을 안보적 불안과 위기에 빠지게 함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이 일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십년염불 도로아미타불’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원칙도 없이 대북 퍼주기와 소위 ‘자주외교’라며 한미동맹을 해치면서까지 한미일 공조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위험한 핵 도발을 막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대북 포용정책이 더 이상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특사파견설 모락모락
특히 여권의 전략통들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갈등을 여권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특사로 북을 방문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오고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 등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과 같은 남북 간 비공식 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제 정치권 안에서는 벌써부터 몇 가지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당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응책 일순위는 최근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사로 북을 방문하는 것이다. 현재 남한의 입장에서는 최고 통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밀사나 특사를 통해 깊숙한 막후대화로 절충점을 찾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북한 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북미간 대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사로 방북할 경우 북핵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심지어 한나라당 내 보수강경파로 꼽히는 정형근 의원도 북핵 폐기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억제하고 핵을 북한이 영구히 폐기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야 된다”며 “정상회담을 이미 했고, 북한과 김정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이 핵 폐기 설득하는데 필요하다면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국과의 협의만 이뤄지면 그의 방북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올 상반기 중 방북하려다 무산됐던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 부산대 강연, 전남대 강연, 민주노동당과의 접촉 등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견해를 여과없이 밝히는 등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가능성도
반기문 내년 1월 초 방북 가능성 제기
이에 반 장관이 인수인계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무총장 취임 준비에 들어가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면 북한을 직접 찾아가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반기문 장관의 북한 방문은 국내 정치권과 대북 전문가들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페레로-발트너 EU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반 장관이 북핵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12일 반기문 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사무총장 자격으로”라고 못을 박았다.하지만 이런 가능성 역시 속단하기는 어렵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보통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즉 미국.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일단 “한반도 평화안전과 남북한 화해 협력, 북한핵문제 등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위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발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이 초대할 경우 방북이 가능하다는 뜻도 언론을 통해 내비쳤다.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6자 회담’ 뿐이다. 사무총장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무총장 취임 ⇒ 방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임기 10년 간 단 한 차례도 방북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한국인이 아니고, 반 장관은 북한 상황에 정통한 한국 외교부 수장이라는 점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눈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북한 핵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반 장관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된 이후 첫 임무가 바로 평양행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닷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