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내년 1월 평양에서 김정일 만난다

반 장관, 유엔 사무총장 첫 임무 북한방문 유력

2006-10-17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최봉석 기자] ‘대북 사대주의’와 함께 이른바 ‘퍼주기’ 논란까지 들어가면서까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명분으로 북한을 상대로 한 ‘현 정부의 구애’가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 정부의 거듭된 ‘핵실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끝내 강행해 남한 국민을 안보적 불안과 위기에 빠지게 함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이 일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십년염불 도로아미타불’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원칙도 없이 대북 퍼주기와 소위 ‘자주외교’라며 한미동맹을 해치면서까지 한미일 공조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위험한 핵 도발을 막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대북 포용정책이 더 이상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 실험 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의 목소리는 갈수록 강경어조를 띄고 있다. 이들은 북쪽에서 먼저 핵을 폐기하고 이에 상응해 남쪽에서도 포용정책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통일된 주장을 쏟아내는 형국이다.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 정보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의 84%는 ‘대북 정책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그렇다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신호탄으로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일까? 하지만 비관적으로 상황을 전망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일단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논란이 일자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는지는 여유를 두고 인과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핵실험으로 포용정책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책의 효용성과 정당성까지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남한 정부과 화해와 협력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그 결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 아니라, 이를 일관성있고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해서 북미간의 갈등이 증폭돼 이번 사태가 직면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팔짝 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책임론이 슬그머니 등장하는가 하면, PSI참여 거부라든지, 금강산과 개성공단사업 불포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대북압박과 제재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진보진영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핵실험을 포용정책의 ‘실패의 결과’로 연결하는 발상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이다. 또 한나라당이 주장하는대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를 강하는 것에 대해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가며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사파견설 모락모락

특히 여권의 전략통들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갈등을 여권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특사로 북을 방문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오고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 등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과 같은 남북 간 비공식 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제 정치권 안에서는 벌써부터 몇 가지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당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응책 일순위는 최근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사로 북을 방문하는 것이다. 현재 남한의 입장에서는 최고 통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밀사나 특사를 통해 깊숙한 막후대화로 절충점을 찾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북한 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북미간 대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사로 방북할 경우 북핵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심지어 한나라당 내 보수강경파로 꼽히는 정형근 의원도 북핵 폐기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북한에 추가 핵실험을 억제하고 핵을 북한이 영구히 폐기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야 된다”며 “정상회담을 이미 했고, 북한과 김정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이 핵 폐기 설득하는데 필요하다면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국과의 협의만 이뤄지면 그의 방북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올 상반기 중 방북하려다 무산됐던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 부산대 강연, 전남대 강연, 민주노동당과의 접촉 등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견해를 여과없이 밝히는 등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가능성도

지난 달 28일에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를 만나 “지난 번에 꼭 (북한에)가고 싶었지만 못갔다. 나처럼 일관되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잘하는 것은 잘한대로 못한 것은 못한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역할을 위해)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 강행을 주도한 인물들이 ‘군부 강경파’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의 특사 파견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군부 강경파들은 남측과의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온건, 협상파들과 여전히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때문에 여권 안에서는 지난 14일 유엔 사무총장에 정식 선임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북 가능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구촌의 심판관’으로 불리고 있는 유엔 사무총장은 수많은 국제사회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현재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한결같은 요구사항인 ‘양 국가간 대화’에 대해 “그럴 생각이 없다”는 입장과 함께,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포함함) 모든 수단을 검토 중인 입장으로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와 ‘해상봉쇄’ 등 두 축으로 제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바람대로 반기문 장관 역시 북핵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피력한 바 있다.정치권에서는 반 장관의 북한 방문이 유엔 사무총장의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1일 이후가 그 적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존재하는 한 6자 회담과 같은 평화적인 방법의 해결책 모색은 쉽지 않을 것을 전망하고 이럴 경우 북핵 갈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반기문 내년 1월 초 방북 가능성 제기

이에 반 장관이 인수인계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무총장 취임 준비에 들어가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면 북한을 직접 찾아가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반기문 장관의 북한 방문은 국내 정치권과 대북 전문가들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페레로-발트너 EU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반 장관이 북핵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12일 반기문 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사무총장 자격으로”라고 못을 박았다.하지만 이런 가능성 역시 속단하기는 어렵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보통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즉 미국.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일단 “한반도 평화안전과 남북한 화해 협력, 북한핵문제 등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위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발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이 초대할 경우 방북이 가능하다는 뜻도 언론을 통해 내비쳤다.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6자 회담’ 뿐이다. 사무총장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무총장 취임 ⇒ 방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임기 10년 간 단 한 차례도 방북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한국인이 아니고, 반 장관은 북한 상황에 정통한 한국 외교부 수장이라는 점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눈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북한 핵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반 장관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반기문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된 이후 첫 임무가 바로 평양행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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