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 청와대서 설전 내막

불편했던 관계 더 멀어질 듯!

2006-10-17     이기영
북한 핵실험 사태로 인한 혼란상황을 풀어보고자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전직 대통령과의 대화자리가 YS와 DJ의 설전의 장이 되고 말았다. 대북 강경론자인 YS가 DJ와 노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오찬 회동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노 대통령+DJ 대 YS+전 전 대통령의 대결 양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청와대 발표와 기자 간담회 내용을 요약한 것.

◇ 김영삼 전 대통령 = YS는 햇볕 포용정책을 공식폐기하고 금강산관광,개성공단사업 등 대북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용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북한 핵무기 실험 사태를 야기했다며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엄청난 사안이지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두 정권이 8년7개월 동안 4조5800억원의 돈을 퍼 줘서 마침내 북한이 핵을 만들게 됐다"고 포용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전쟁을 각오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감싸기만 한 노 대통령은 북한의 변호사냐"고 반문한 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의,한·미연합사 해체 논의를 무기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며,미국 일본 유엔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협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 재임중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DJ는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과 성과도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 뒤 "북·미관계가 안돼서 진전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무기실험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군사적 징벌과 경제적 제재,대화를 통한 해결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군사적 징벌은 전쟁을 하는 것인데,현재 미국이 그럴 여유도 없지만 우리 민족으로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공 가능성도 작고 부작용만 크다는 설명이다.이어 "경제제재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염두에 둘 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에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을 구실로 해서 휴전선 등에서 도발할 수 있고,그렇게 되면 우리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급하게 대응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간에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도 민주당이나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북·미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 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성공여부와 관계 없이 핵보유를 전제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으로 남북간 비대칭전력이 형성된 데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한·미 동맹을 강화시키는 한편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는 상황이 악화된 이상 상당 기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내정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큰 복을 만든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공을 돌려 냉랭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YS와 DJ의 설전은 10일 노 대통령 초청 청와대 오찬간담회에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도 이어졌다. YS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8년 7개월동안 포용정책을 펴면서 돈을 퍼줬고 북한이 그 돈으로 핵을 만들었다”며 작심한 듯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한번 비난했다. DJ 역시 지난 11일 광주를 방문, 전남대에서 특별 강연을 통해 “햇볕정책은 북-미 관계가 장애가 돼서 완전한 성공에 이르지 못한 것일 뿐 남북간에는 성공한 것”이라며 YS의 햇볕정책 실패 발언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이처럼 북한 핵실험 파장으로 모처럼 자리를 함께한 YS와 DJ가 면전에서 서로 불편한 설전을 주고 받음으로서 그 동안 소원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틈새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영 기자 lgy9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