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도와 보행자 생명
이문영 교통안전공단 인천지사 연구교수
2017-11-30 김양훈 기자
[매일일보] 모든 도로는 도로환경에 따라 자동차 운행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경찰청장이, 고속도로를 제외한 도로는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이는 교통안전 위험구간에 대해 도로여건, 교통사고 유형,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통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고시를 통해 도로제한속도를 최종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도로여건에 따라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자동차가 충돌하였을 때는 발생하는 충격에너지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지고, 커브길에서는 원심력으로 인해 추락 또는 전도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또한, 정지거리가 길어져 도로 돌발상황에 운전자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망사고 등 위험요인을 완화시키기 위해 속도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면, 도심부 제한속도는 50km/h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예외구간의 경우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여 운전자가 충분히 제한속도를 인지하고 운행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미국은 40~64km/h,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터키, 포르투갈 등은 50km/h 등으로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도심속도를 50km/h 이하로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선진국에서 도심속도를 과거와 달리 하향조정하여 운영하는 데에는 보행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이다. 나라별로 교통환경 및 여건이 다르지만 도심속도를 하향조정한 결과를 보면 사망사고가 8~67%가 감소하였으며, 이러한 성과는 도심속도 하향조정과 제한속도 위반자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뒷받침하고 있다.대표적인 교통사고 감소효과로 덴마크에서는 기존속도를 60km/h에서 50km/h로 하향조정한 후 사망사고는 24%, 부상사고는 9% 감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독일은 기존속도를 60km/h에서 50km/h로 하향조정한 후 교통사고가 20% 감소, 호주에서는 다양한 기존속도를 50km/h로 하향조정한 후 사망사고는 12%, 중상사고는 25~4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도심속도를 하향조정한 나라에서는 교통사고 발생률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우리나라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1만2000명에서 2015년 약 4600명까지 50% 이하로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 국민으로서 배려와 양보운전이 필요할 때이다. 국민 개개인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속도를 줄여 감속운행한다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교통사고에서도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