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형제'亂' 1년…박삼구 명예회장 복귀는?
[매일일보비즈] 금호家 ‘형제의 난’으로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꼭 1년이 지났다.
작년 7월28일 박삼구 회장은 경영상의 이견을 이유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룹에서 25년간 이어진 형제경영의 전통을 끊었다.
당시만 해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박삼구 회장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 복귀해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칩거 중이다.
두 형제의 상황을 이렇게 반전시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그룹 유동성 위기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었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한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요 계열의 실적부진이 겹치면 대규모 현금부족 사태를 겪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급기야 지난해 말 채권단에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기업회생작업)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6조원을 들여 인수한 대우건설 역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지키지 못해 시장에 다시 내놓았다.
자산매각, 타 계열사들로부터의 자금 융통 등 일련의 자구책들을 내놓았지만 그룹 유동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룹이 유동성 악화에 휘말리며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괜찮았던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마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의 지휘아래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채권단과 채결한 양해각서와 지분현황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이 채권단 경영 아래 놓여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은 회생이 더딘 금호타이어의 경영권만 허락받았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에 복귀해 그룹에서 분리경영 수순을 밟고 있다.
◇ 아시아나․대한통운은 안정… 금호산업·타이어는 ‘글쎄’
그룹의 유동성 악화의 여파로 휘청거렸던 주력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재무개선약정체결로 계열사에 대한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없어지면서 재무 건전성과 실적이 개선되며 점차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매출 1조2388억 원, 영업이익 1775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전망도 괜찮다. 3분기에는 해외여행 수요, 4분기는 항공화물이 실적을 이끌 전망이다.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대한통운은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 무리한 인수라는 오명을 안고 한때 매각설까지 나돌았었다.
그러나 그룹이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채권단의 영향력 아래 편입돼 지배구조와 관련한 추가적인 위험은 줄었다는 평가다.
대한통운 역시 여전히 물류 1위 기업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올 2분기 매출 5164억 원, 영업이익 272억 원을 냈다.
문제는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다.
금호산업 건설사업부문은 작년까지만 해도 시공능력 12위의 대형 건설업체였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관련 주식매도선택권행사손실, 대여금·미수금 관련 기타 대손상각비 등으로 완전 자본잠식 사태까지 발생했다. 유동성이 위기를 겪으며 한 때는 직원들 월급 지급마저 지연되는 상황을 맞았다.
채권단과의 워크아웃으로 기업의 신인도가 손상을 입기도 했지만 경영정상화 약정에 따라 채무재조정이 이뤄져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나고 자기자본도 일정 규모 확보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금호산업은 베트남 등지에서의 신규 사업 수주 등을 통해 회생 발판을 마련하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국내 해외 주택 시장 경기가 열악해 신규 수주 등 영업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다.
또 다른 워크아웃 계열사 금호타이어의 경우도 회복이 더디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 오너인 박삼구 명예회장이 유일하게 경영권을 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호타이어는 재고조정으로 최근 몇 년간 생산량이 줄었으며 노사대립으로 인한 파업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매출액 감소와 큰 폭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6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흑자를 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대부분 해외사업 부분이 성장을 이끌었고 내수는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하며 "노사 갈등의 격화도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의 회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복귀설 ‘솔솔~’…걸림돌 많아 미지수
지난해 7월 형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회사 경영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해임 당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채권단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불명예 퇴진한 지 8개월 만에 지난 3월 다시 경영에 복귀하게 됐다.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석화 경영권을 인정받아 현재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금호석화의 실적상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당시 동반 퇴진한 박삼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명예회장으로서 그룹 현안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고는 있고, 지난 4월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의 결정에 따라 최대 5년간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시 주식 우선매수권도 부여 받았다.
그러나 그룹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활로는 모색하고 있는 지금, 한 계열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룹 전반에 걸쳐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룹 내부의 분위기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책임지고 살리고, 다른 계열사에 관련해서는 그룹 명예회장으로서의 역할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 복귀의 걸림돌은 채권단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28일 케이디비(kdb)생명(옛 금호생명) 노동조합과 소액주주들은 박삼구 명예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전 대주주인 금호와 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실경영과, 대주주의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떠넘기는 부당한 자본감소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케이디비생명 노조의 입장이다.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과 일부 계열사 소액주주, 노조 등의 반대를 물리치고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