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LG전자 남용 부회장 교체설이 다시금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그동안 남 부회장의 ‘교체설’ 또는 ‘사퇴설’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의 ‘승계설’과 함께 끊임없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의 주 캐시카우인 휴대전화와 TV사업 부분의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다시금 이러한 교체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다. 사내에선 남 부회장 교체설 뿐 아니라 경영책임론까지 불고 있어 이러한 설이 곧 실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연임한지 1년도 채 안 돼 또 다시 교체설에 휘말린 내막을 취재해봤다.
2분기 실적부진으로 교체설 탄력, 후임자 LG상사 구본준 부회장 유력
R&D보단 마케팅에 무게 뒤처지는 경영전략, 교체 소문 사내에 파다해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코너에 몰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태에서 올 2분기 성적표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5개 사업군 중 2개가 적자를 기록하며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0.7%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89.9%나 떨어졌다.특히 휴대전화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LG전자가 연구개발(R&D) 전략 착오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변변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외환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탓에 저조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평소 R&D보단 마케팅에 무게를 둔 남 부회장 경영전략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의 자리마저 위태롭다. 재선임이 1년도 지나지 않아 연말까지만 재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용 부회장의 시대 착오적 전략 결과?
구 회장이 2007년 LG전자 CEO로 취임한 이후, 지난 2년에 걸친 경영실적은 매년 사상 최대치(2007년 40조8500억원, 2008년 49조3300억원, 2009년 55조5300억원)를 기록, 파격인사에 따른 구본무 회장의 불안을 덜어낼 만했다. 그러나 ‘인사, 구매, 마케팅, 생산’ 등 LG전자 내부에 혁신의 돌풍으로 자리매김했던 남 부회장의 경영전략이 언젠가부터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 기술이 적용된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매출이 증가한 것이지 LG전자가 점유율을 올린 덕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남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일고 있다. LG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에 대해 전임자인 김쌍수(현 한국전력공사 사장) 전 부회장이 토대를 만들어 놓은 이후의 과실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들린다. 당시에도 남 부회장은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제품개발에 적용하는 ‘인사이트 마케팅’ 전략이 당장 제품을 많이 팔수는 있어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지는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LG전자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1등 LG가 아닌 2등 전략을 구사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이번 2분기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나면서 남 부 회장이 경영전략이 재평가 되고 있다. 남 부회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IT기술을 뒤쫓지 못하는 등 기술과 제품 개발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히 LG전자의 주 캐시카우인 휴대전화 전략이 스마트폰 열풍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연히 남 부회장의 ‘사퇴설’ 또는 ‘교체설’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남 부회장도 이러한 위기를 감지했던 걸까. 2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6일 남 부회장은 그룹장 300여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지금의 어려움은 긍정의 힘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로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사업방향을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설에 미소 짓는 ‘구본준’ 그러나 남 부회장의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영위기가 단 한사람에게만은 희소식으로 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남 부회장의 LG전자 연임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차기 승계자로 재거론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상대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떨어지는 LG상사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러한 굴곡에도 지난 2007년 취임 후 LG상사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3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그룹내 위상 또한 함께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원 강국인 신흥국가들의 SOC 사업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주력, 해외법인과 투자회사의 이익을 증가시켜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일각에선 화려한 부활의 날개 짓을 펼치고 있는 그가 조만간 LG전자를 꿰찰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는 구자경 LG명예회장의 친족들이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서는 와중에도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내에서 입지를 구축,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LG필립스LCD를 맡은 바 있다. 당시 LCD업계 5위였던 LG필립스를 3년 만에 세계 1위로 끌어올려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LG전자뿐 아니라 구본무 회장의 경영위기설(LG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주주로서 지배력상실)이 불거진 지난 2005년에도 LG그룹 안팎에서 차기 회장으로 ‘구본준 승계설’이 흘러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LG관계자는 교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그러한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 얘기는 더 이상 묻지 말라”며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