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총리실이 민간인 불법 사찰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불법사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고위간부가 아닌, 대기업에서 한 학생을 상대로 한 불법 사찰로, 한 기업이 퇴학당한 학생을 꾸준히 감시하고 미행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은 두산중공업으로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은 이 학생이 다니던 중앙대학교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하는 과정에서 18개 단과대·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반발해 진통을 겪었다.이 학생 역시 인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그것이 두산그룹이 노영수(28)학생을 불법 사찰한 이유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노씨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본격화하자, 이에 항의하는 학내 활동을 벌이다 퇴학처분을 받았다.
이후 노씨는 퇴학 처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두산계열사 노조 등과 함께 두산 그룹의 노무정책을 비판하는 집회 등에도 참가해왔다. 지난 24일에도 노씨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건너편 H대학운동장 앞에서 중앙대 학생들과 두산중공업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집회 장면을 몰래 촬영하던 두산중공업 소속 직원 오모(32)대리가 학생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일명 ‘노영수 관련 동향 보고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건은 A4용지 3장 분량으로 노씨의 이날 행적과 동선, 다음날 일정 등 일거수일투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앙대 박범훈 총장은 ‘그 문건이 과연 사찰 결과를 담고 있느냐’는 데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총장은 “노군이 우리 대학의 교직원에게 두산계열사의 일부 노조원들과 학생회 관련 일부 재학생들이 연계한다는 집회사실을 알려왔고 이 사실이 내부에 보고돼, 이 보고에 따라 학생들의 지도 차원에서 두산의 일부 계열사 노조원들과의 연계를 고려해 학생지원처 및 학교법인 소속 직원이 함께 현장에 나가 재학생들을 인솔해오도록 지시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씨가 누구와 밥을 먹었다는 소소한 스케줄까지 기록돼있다면서 퇴학생을 마치 두산노조원 다루듯 관리하고 뒤를 캐 추적하면서 사생활을 침해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러한 문건을 봤냐”며 “정작 (소소한 스케줄 담긴 사생활 침해관련)문건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앙대 박범훈 총장이 노씨가 주장하는 ‘사찰’발언에 대한 해명을 했으며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며 “기업이 아닌 학교에서 지시했다고 밝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 중앙대 발전을 위해 소수인원을 파견했다. 오 대리는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중앙대 월급이 많던 적던 간에 학교 돈을 쓰는 것은 안 될 것 같아 두산이 월급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오 대리는 중앙대 업무를 보는 중앙대 소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