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래엔 와이즈베리 '대리사회'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 대리기사 노동현장 르포!
2017-12-05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신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대리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사람들. 최근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엔 와이즈베리가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대리사회』를 책으로 출간했다.『대리사회』는 올 여름부터 저자의 페이스북,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되며 네티즌 사이에서 이슈화 된 인기작이다.지난 해 현직 대학 시간강사가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삶,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려내 화두가 됐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작가가 펴낸 두 번째 책이기도 하다.이번 책에는 저자가 8년간 몸담았던 대학을 그만두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리기사로 일하게 되면서 느낀 ‘대리인간’으로서의 자기성찰, 그리고 대리운전을 하며 마주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특히, 저자는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다. 사회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며, 호칭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혀 마치 자신의 차에서 본인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는 것이다.『대리사회』는 그 공간에서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행위, 말, 생각)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의 주체로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낸 견고한 시스템과 마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외면하고 침묵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대리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사는 ‘대리인간’에 대한 많은 생각하게 하는 요즘, 『대리사회』는 사회에서 주체성을 갖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저자 소개]저자 김민섭은 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망원동에서 어린 시절을 거의 보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이후,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왔다. 그 이전까지 대학〮대학원을 떠나 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글이라고는 논문만 읽고 썼고 4년 동안은 글쓰기 교양 과목을 강의했다. 하지만 대학 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논문이 아닌 글을 쓴다.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이었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동안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도 아니었다. 서류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8년 동안 존재했다.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 그는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면서 그 균열의 너머와 마주한다. 그렇게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계속 공부하고 노동하며, 글을 쓰고 싶어 한다.㈜미래엔 와이즈베리ㅣ256쪽 ㅣ13,000원ㅣ김민섭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