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통일대박’ 맞춰 출시된 금융 상품 좌초 위기
정권 코드맞추기식 금융상품 실효성 지적 나와
2017-12-05 홍진희 기자
[매일일보 홍진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던 ‘통일대박’ 기조에 맞춰 은행권에서 출시한 통일관련 예·적금 상품들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통일기원적금’ NH농협은행의 ‘NH통일대박 정기예·적금’ 우리은행의 ‘우리겨레통일정기예금’ ‘우리겨레통일통장’ 등이 통일관련 상품으로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NH농협은행은 지난 2014년 9월 출시한 ‘NH통일대박 정기 예·적금’에 대한 상품 판매를 지난 10월 28일 중단했다. 통일대박 예·적금과 함께 채움정기예금 등 21종의 수신상품도 같은 날 판매를 중단했다.이 상품은 실향민·새터민·개성공단 입주기업 임직원들에게 특별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9월 말 기준 정기적금의 수신실적이 162억원, 정기예금 수신실적은 87억원을 기록하며 상품의 수요가 없자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NH농협은행은 “개성공단 운영 중단에 따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가입자가 거의 없어 판매 중단을 하게 됐다”고 당시 설명했다.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진 만큼 통일금융에 대한 수요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농협은행뿐만 아니라 NH농협카드도 오는 12일부터 ‘통일대박 one korea’카드 신규 발급과 갱신을 중단한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단, 훼손 분실에 따른 재발급은 가능하다.카드가 적자가 나는 경우에 카드발급 중단은 할 수 있지만 기존 고객에게 유효기간을 늘려주는 갱신은 연장해주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통일대박카드는 카드 유효기간을 늘리는 갱신까지 중단시켰다.우리은행의 ‘우리겨레통일 정기예금’은 출시 이후 8000억원 가량 예금을 유치하기도 했지만, 9월말 기준으로 한 잔액은 132억7000만원에 그쳤다.KB국민은행의 ‘KB통일기원적금’은 9월말 기준 3911억원의 잔액을 기록해 무난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통일관련 상품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통일대박’이라는 말조차 최순실씨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통일관련 상품을 출시했던 은행·카드사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이라는 슬로건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더욱 위축됐으며 최순실 사태 여파까지 겹치면서 통일 관련 상품들이 판매 중단·위축됐다.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추진되다가 흐지부지됐던 ‘친환경 녹색금융’ 유행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충분한 검토·조사 없이 정권 코드 맞추기식 상품 출시로 인해 해당 삼품들이 비슷한 말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은행권 관계자는 “정권 맞추기식 상품은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기부터 지적이 있어왔다”며 “정권 교체에 따른 상품 중단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이어질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