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박찬법 회장 사임…박삼구 컴백?

2011-07-30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비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법 회장이 31일자로 그룹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30일 밝혔다

그룹 측은 "박 회장님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정상출근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3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해 만 1년간 그룹을 운영해 왔었다. '박씨'이기는 하지만 오너일가의 일원이 아닌 박찬법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 사이에 불거진 형제의 난에 따른 것이었다.

2009년 7월28일 박삼구 회장은 “경영상의 이견”을 이유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룹에서 25년간 이어진 형제경영의 전통을 끊었다.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이 주도한 일련의 M&A작업이 무리한 것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당시만 해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박삼구 회장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으로 복귀해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칩거 중이다.

두 형제의 상황을 이렇게 반전시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그룹 유동성 위기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었다. 박찬구 회장이 지적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한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요 계열의 실적부진이 겹치면 대규모 현금부족 사태를 겪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급기야 지난해 말 채권단에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워크아웃(기업회생작업)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6조원을 들여 인수한 대우건설 역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지키지 못해 시장에 다시 내놓았다. 자산매각, 타 계열사들로부터의 자금 융통 등 일련의 자구책들을 내놓았지만 그룹 유동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룹이 유동성 악화에 휘말리며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괜찮았던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마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의 지휘아래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채권단과 채결한 양해각서와 지분현황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이 채권단 경영 아래 놓여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은 회생이 더딘 금호타이어의 경영권만 허락받은 반면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에 복귀해 그룹에서 분리경영 수순을 밟고 있다. 

박삼구 컴백?…금호측 “아직 정해진 것 없다”

지난해 7월 형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회사 경영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해임 당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채권단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불명예 퇴진한 지 8개월 만에 지난 3월 다시 경영에 복귀하게 됐다. 박찬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석화 경영권을 인정받아 현재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금호석화의 실적상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당시 동반 퇴진한 박삼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박찬법 회장의 사임이 박삼구 명예회장의 컴백을 예고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박삼구 회장이 비록 명예회장으로서 그룹 현안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지난 4월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의 결정에 따라 최대 5년간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시 주식 우선매수권도 부여 받았지만 그룹이 위기를 극복하려는 활로는 모색하고 있는 지금, 한 계열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룹 전반에 걸쳐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룹 내부의 분위기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책임지고 살리고, 다른 계열사에 관련해서는 그룹 명예회장으로서의 역할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옛 금호생명(현 산업은행 계열 KDB생명)노조와 소액주주들이 박삼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