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강신호, "小경련 회장 쭈욱 하고파~"

일각 "강 회장 유임 원하지만 황혼이혼으로 가능성 희박"

2007-10-24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강신호(80)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게 되면서 차기 회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회장단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몇몇 총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 회장이 최근까지도 유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관심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황혼 이혼'을 둘러싼 잡음을 겪으면서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연임을 원한 배경을 두고 새삼 궁금증이 일고 있는 것. 더욱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재 취임하던 지난해에도 사실상 본인의 의사가 컸다고 전언하기도. 참여정부 들어 전경련의 위상이 급락했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고, 주요 기업 총수들 또한 회장 자리에 선뜻 나서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강 회장이 유독 회장직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얼마 전 A 모 그룹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경련 차기 회장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이 관계자는 "지난 해 초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재 취임했을 때 본인이 굉장히 원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만났던 B 그룹 관계자 역시 "뭐.. 이번에도 연임하려고 했다는데.. 지난번에도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정확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무엇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전경련 회장자리는 '재계를 대표하는 수장'이라는 외적 위상과는 다르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리다.

요즘과 같이 대기업 총수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검찰 수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잘 해야 본전을 찾기도 힘들 정도.

더욱이 최근 2년 동안은 재계 빅4라 불리는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이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小경련'이라는 말까지 등장, '대표성' 자체에 대한 의심까지 나왔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데에는 중견그룹인 동아제약 총수가 회장을 맡은 데서 비롯된 '태생적 한계'가 아니겠냐는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중견그룹 총수 재계 수장 '전경련 기운 빠진 원인?'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처음 맡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당시 손길승 회장이 SK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중도 하차한 뒤 회장 대행을 맡으면서다. 이듬해 2월 강 회장은 29대 회장에 정식으로 선출돼 손 회장의 잔여임기인 1년 간 전경련을 이끌었다.

임기동안 강 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현안을 놓고 재계와 정부가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무난하게 회장직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고령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빠지지 않고 동행하는 등 재계 수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지난 해 임기 만료가 가까워오자 강 회장은 "이제 4대 그룹 총수가 전경련을 이끌 때가 왔다" 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강력히 추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끝내 전경련 회장직을 거절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또 다시 재계 수 장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강 회장 '자의'를 강조하는 말들이 많다는 것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강 회장과 관련한 이런 소문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는 "전경련과 관련한 내용은 회사측에서는 잘 모른다"며 "전경련 쪽에 문의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전경련 홍보실의 관계자에게 이 같은 문의를 하자 "회장 선출이나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내용도 없고, 할 수 있는 말도 없다"며 "밖에서야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심지어 소설까지 쓰기도 하지만 정확한 사정이야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시원스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가 꺼내놓은 말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꽤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이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이란게 정부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내년 대선 이후에 정권이 어디로 가게 될지 불투명해 다들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면서 "하지만 정권 말기에는 늘 재벌에 대한 규제가 약해지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 부분 혜택이 있어온 게 사실이다"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차기 전경련 회장 누가 거론되나

한편 강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재계에선 차기 전경련 회장에 대한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번 인선때는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의 이름이 강력히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어차피 이 회장과 구 회장은 고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고, 정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나서기 어려운 상황.

이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김승연(54) 한화그룹 회장, 박삼구(6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71) 효성그룹 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로선 조석래 효성 회장의 추대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비교적 연장자인 데다 다른 총수들과의 친분 또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김승연 회장 역시 최근 부쩍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 9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전경련 노조위원장을 해보려고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또 11월에 한화 주최로 전경련 회장단 골프 행사를 제의하기도 해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밖에 조양호(57) 한진그룹, 현재현(57) 동양그룹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