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쿼바디스 대한민국, 나침반의 바늘을 멈추게 해야 한다

2017-12-07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대한민국이 위기다. 특히 경제는 대내외 크고 작은 악재로 적신호가 켜진지 이미 오래다.안으로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기업들이 사정 단두대에 오르며 내년 경영 전략마저 세우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밖의 사정도 어둡기는 매한가지다.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한국 산업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기업들은 말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쿼바디스:Quo vadis).‘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은 A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저성장 시대 속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쉽지 않는 상황에서 창조경제 한답시고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정부가)독려하더니 결국 한 여자의 치마폭에 놀아난 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이 임원의 말대로 실제 한국 경제 지표를 보면 1년째 0%대 경제성장률과 2분기 연속 소득 감소 등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단적으로 지난 5일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참석한 기업들의 낯빛에서는 ‘과연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라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도 그럴 것이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은 4970억 달러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58년만에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하게 됐기 때문이다.한국 산업 수출의 핵심 품목인 조선, 철강, 해운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수출 세계 순위(지난 8월 기준)가 6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기업들은 말한다. 다시 뛰게 해달라고.‘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일찌감치 탈퇴한 B기업 소속 관계자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유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전경련의 명(命)은 다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은 고질적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야만이 불황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이어 그는 “기업인이건 정치인이건 서로가 피해자 코스프레로 일관한다면 민심은 결국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날 9개 대기업 총수들과 이들을 심문하는 정치인들의 질문과 대답은 가히 코메디 수준이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90% 넘게 질문을 쏟아냈음에도 얻은 결과는 전무하다시피했다.최순실 등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선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 여부 등 실제적인 내용면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도 같은 심경이었을 것이다.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들이나 대기업 총수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그럼에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기업만의 잘못으로 몰아세우는 청문회에서 기업인들은 ‘니들이나 잘 하세요’라고 속으로 조소를 보냈을지 모를 일이다.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방향을 찾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나침반의 바늘과 같다. 이 바늘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나침반의 평안한 자세가 필요하다.이번 사태를 우리는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그 어느 때보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해야 한다.요동치는 나침반의 바늘이 하루라도 더 빨리 멈춰서기를 국민으로서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