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직전 '무늬만 증자', 투자자만 피눈물
2011-08-01 이황윤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각종 비리를 저질러 상장폐지를 초래한 기업사냥꾼 등 21명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찍기란 유상증자를 하면서,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려 주금을 낸 뒤 곧바로 전액을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갚는 수법이다. 꺽기는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주식으로 갚는 수법을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업체 중 3곳은 찍기로 265억원, 4곳은 533억원을 꺽기로 553억원을 조달한 뒤 상장폐지됐다. 등기부상 자본금은 늘었지만 이자를 갚느라 손해만 난 때문이다.
이런 수법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과정에서도 악용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일반투자자는 회사에 돈이 조달된 것으로 오판,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실제 이번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약 9900억원 정도로, 소액주주는 21만여명, 소액주주 지분율은 평균 84%에 달해 상장폐지시 피해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뿐만아니라 정상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기업사냥꾼들이 사채를 끌어들여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한 뒤 횡령 등 여러가지 수법으로 단물만 빼먹은 뒤 회사를 상장폐지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아울러 공인회계사도 가담,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경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회사 대표로부터 4900만원을 받은 후 100억원대 분식회계를 눈감아 줬다 들통났다.
대검찰청 이창재 수사기획관은 "앞으로도 서민투자자들을 울리는 기업사냥꾼과 악덕 기업주 및 이에 가담한 사채업자, 공인회계사 등을 가려내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6월부터 전국 검찰청을 지휘해 최근 상장폐지된 30여개 업체 8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최근까지 12명은 구속기소, 9명은 불구속기소했다.
아울러 나머지 60여명 중 8명은 구속한 뒤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1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