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프린팅’ 기술의 현주소를 듣다

[MI특별기획 ③ ‘3D프린팅’ 어디까지 왔나]

2016-12-08     이근우 기자

‘미래 신사업’ 불구 외국대비 기초적 수준…시장 규모 1000억원↓

HW보단 SW역량 집중이 우선…정부 지원·투자 및 정책 확립 시급

[매일일보 이근우·김보배 기자] 국내 3D프린팅 산업이 수년째 성장 ‘가능성’만 반복중인 상황인 탓에, 업계에선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투자·육성은 물론이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3~4조원 가량이며, 국내는 1000억원 이하로 추정된다.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지난 2000년대 등장해,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연설 이후 붐이 일었으며, 이후 현 정권이 들어선 2014년부터 활성화됐다. 미국이 1980년대부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재로썬 3D프린팅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디자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회사들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콘셉트카를 만든다거나, 양산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 완성차 파일럿을 만들 때 사용한다.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워낙 작기 때문에 업체별로 보통 20여명 안팎의 직원들을 데리고 있다. 다만 장비 제작 뿐 아니라 재료 개발, 교육, 사후서비스(AS) 등 추후 시장 확대 여지는 많다.

국내에선 3D프린팅 장비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다. 그러나 1~2개 정도 메이커를 제외하면 상업용으로 쓸 수 있는건 매우 한정적이다.

동일한 장비에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사업자 입장에선 장비나 솔루션, 기술 지원 등을 어필해도 막판엔 단가 후려치기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가격이 싸면 쌀수록 유리한 셈이다.

3D프린팅 업계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하드웨어(HW) 쏠림 현상이 심하다. 리딩업체인 3D시스템즈, 스트라타시스 등이 모두 3D프린터 제조에만 몰려 있어, 3D프린터 데이터와 관련된 소프트웨어(SW) 기술력 부재가 심각한 상황이다.

HW적인 부분들은 아직 3D프린팅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라 별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한번만 뜯어보면 구조를 알 수 있고, 이를 따라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중국에서 모방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3D데이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게 중요한데, 3D캐드는 다루기도 힘들고 워낙 비싸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앞으로 3D프린팅이 SW 중심이 돼야 다양한 산업에서 융합·활용이 가능하다는 전망엔 업계 종사자 모두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 업계 종사자들은 “정부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보다 제약 조건이 까다롭다. 3D프린팅과 관련된 정부 부처만해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식약처 등 여러곳이라 당연히 정책이 각각 달라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

임수창 CEP테크 대표는 “3D프린팅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는 의료”라며 “이와 관련해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일단 ‘3D프린터를 왜 써야하고 어떻게 써야하는지’ 수요를 만들어내는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대부분 외산 장비를 취급하다보니까 국가기관에서는 배제하는 분위기”라며 “물론 국내업체 육성이 맞는 방향이긴하나 아직 국산품들에 대한 성능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외산품들이라도 써서 벤치마킹하고 활성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