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강남서 '웃돈 밀거래 성행'
[매일일보비즈] 서울 강남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K씨는 투자위험 없이 연간 50~60%정도의 고수익을 올리게 해준다는 설계사의 권유로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1억 원 일시납 변액보험을 웃돈까지 얹어 주고 샀다. 기존 사례를 제시하며 변액보험 '전일종가'의 허점을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설계사의 설명이 일리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L씨도 다른 사람 명의의 변액보험을 구입, 본인 명의로 계약자를 변경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고민하던 중 다른 사람 명의의 변액보험을 사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설계사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L씨는 강남 부자들 상당수가 이 같은 설계사의 권유로 변액보험을 구입, 자금을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변액보험 계약이 판매인의 중개로 웃돈에 밀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2008년 초~중반 이전 변액보험 계약은 환매 시 기준가격으로 과거가격(전일종가) 결제방식(Backward Pricing)을 채택, 무위험 거래차익(Arbitrage)을 거둘 수 있기 때문.
즉 계약자가 주식형 변액보험 계약을 체결, 주가가 떨어질 경우 약관대출을 받았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이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위험없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마디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갔다가 돌아와서 증권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변액보험 계약자 변경이 가능한 보험사는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장기수익을 추구하는 운용 철학에 입각, 단기적 매매보다는 내재가치가 높은 자산(주식)을 취득·보유해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대출과 상환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사례가 많아 자산운용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변액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량한 계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약관대출 기준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8개월간 대출-상환 반복, '60% 고수익' 실례
계약자 K씨는 1억 원 일시납 변액보험에 가입했고, 보험사는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9600만 원을 특별계정으로 자산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나흘 뒤에 주식시장이 6%포인트 정도 빠지자 약관대출 6779만 원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다음날 주식시장이 10%포인트 뛰자 바로 상환, 주식계좌수를 늘려 이득을 취했다.
이때 든 이자비용은 6000원 내외로 이 금액도 보험계약대출 수수료(약 1.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다시 펀드로 투입돼 실제 K씨의 이자손실은 극히 미미했다.
K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8개월 동안 무려 43번이나 약관대출과 상환을 반복, 대출이자 비용을 제하고 41.7%의 고수익을 얻었다. 이를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60%정도에 달한다.
선의의 계약자 피해 우려
전일종가를 악용한 변액보험 영업은 보험사와 대부분의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전일종가를 활용한 대출과 상환 반복으로 일정 규모의 자금을 항상 묶어 둬야 돼 자산운영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변액보험에 가입한 고객도 주식시장이 좋아 이득을 취할 때 더 적은 수익률을 받게 되고 손해를 볼 때는 더 큰 손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고객 때문에 다수인 선의의 계약자들이 우롱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험원리에 입각하지 않은 채 변액보험을 운영하다 보면, 결국 이 상품이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감독원은 변액보험 악용 사례를 포착, 보험업계와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