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김덕룡 “참 뻔뻔해~”

성추행 혐의 최연희, 공천 헌금 받은 김덕룡 슬그머니 정치활동 재개

2007-10-30     최봉석 기자

“피해 여기자는 국회를 떠나야 했고, 오히려 최연희 성추행범이 국회를 활보하고…. (국회는) 정말 이상한 곳입니다.”
지난 24일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뒤 한나라당을 탈당, 약 7개월여 간의 은둔생활을 보냈던 최연희(무소속) 의원이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국회로 돌아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최연희 의원은 최근 ‘호통정치’로 언론의 주목을 또다시 받고 있다.

지난 24일 울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그는 박맹우 시장에게 느닷없이 “울산시 공무원 중 사무관 수와 여성 사무관 수가 몇 명이냐”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 주위의 빈축을 샀는데, 시장이 곧바로 답변을 못하자 “공무원 수도 모르냐. 그럽게 답변을 못해 시간을 뺏기면 되느냐”며 호통을 쳤다.

여기자 성추행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됐던 최 의원은 지난 9월20일부터 의정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국정감사를 이유로 1심 선고공판 연기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국회 공백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국회로 돌아올 때 “제 자신에 대해 엄격한 채찍질을 하겠다”고 한 말을 잊어버린 모양새로 다른 사람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김덕룡 의원은 지난 4월12일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공천 신청자 부인으로부터 자신의 부인이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당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자, “스스로 당적, 의원직, 또 정치적 거취 등 모든 것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하려 한다”고 선언한 뒤 의원회관 사무실을 닫은 채 공식활동을 자제해왔다.그러나 김 의원 역시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을 벌써 망각한 듯, 지난 10일부터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기억을 잊은 듯 정치활동 재개 눈살

최근까지 북핵사태로 긴박하게 움직였고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정치권이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의원들이 ‘입법기관인’ 국회를 활보하고 있다.이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 여야를 비롯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계 은퇴는 커녕, 정치 활동이 당연하다는 모습이다.

도대체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국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른바 ‘부도덕성’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를 ‘나몰라라~’하는 정치권의 도덕불감증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여전히 “그런 정도 실수를 가지고 뭘 그러느냐”하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에 대해 열린우리당 모 의원은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실제 국회는 지난 4월 본회의를 열어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처리했는데 여야가 의원직 제명을 한 목소리로 외쳐왔던 최초의 모습과 달리, 찬성률은 57%에 불과했다. 반대표가 전체 투표수의 3분의 1이나 된 것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그 당시 최 의원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쪽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의원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규제할 수 없는 ‘무능력한 국회법’도 정치인의 도덕불감증의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국회법 개정 시급, 국민소환제 도입해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부도덕하고 반인권적인 행위를 징계할 수 있는 윤리 심사 및 징계요구 일원화 ▲국회의원 징계사유에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인권관련 범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조사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윤리심사 요구권 국민에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국민청원을 국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청원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커지는 국회법 개정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하루빨리 국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나아가 국회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되찾을 수 없을 경우, “국민이 나서서 국민소환제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윤리특위가 ‘도덕성 감시 및 제재 기구’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비리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겠다며 국회 의사당에 나앉은 다소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윤리특위의 심사기한은 3개월이다. 한 차례에 한 해 3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이 시한을 넘기면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윤리특위 의원이 모두 ‘동료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냉정한 심사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여야는 논쟁이 붙을 때마다 윤리특위 맞제소를 남발하지만, 17대 국회 들어 의원 징계안이 본회의 의결이 이뤄진 사안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범죄행위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동료의원들로부터 사퇴권고까지 받은 이들이 슬그머니 국회에 나와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이는 국민과 국회를 모독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최봉석 기자 <bstaiji@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