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소금’ 구실 하겠다”

한나라 윤리위원장 임명된 인명진 구로 갈릴리 교회 목사

2006-10-30     최봉석 기자

70~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재야의 대표적인 인물로 기억돼온, 구로 갈릴리 교회 인명진(61) 목사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당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는 등 ‘종교계의 진보인사’로 손꼽혀왔던 인 목사가 최근 한나라당의 윤리위원장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시쳇말로 ‘한나라당의 군기를 잡기 위해’ 당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 인 목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명진 목사는 “한나라당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거나, 감동을 주거나, 기쁨을 준 적이 없는데 나라가 바로 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바로 되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윤리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인명직 목사는 누군가? 그는 1972년부터 1984년까지 13년 동안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 총무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하다 긴급조치위반, YH사건(1979년) 등으로 4차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 때는 고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으며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때는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대변인을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엔 대통령 직속기구인 ‘행정쇄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표로 새만금 살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91년 이후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도시농어촌 선교위원장 및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도시농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1993년 외국인 노동자와 조선족을 위한 예배를 시작했고, 같은 93년, 경실련 창립을 주도했다. 북미주인권위원회 인권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에는 한나라당을 벌주고, 잔소리하고, 쓴소리하는 ‘윤리위원장’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 “처음엔 단도하게 제의를 거절했으나, 밖에서 비판하기 보다는 안에서 소금 구실을 하라는 설득에 마음이 흔들렸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자꾸 찾아와 이야기하는 게 나름의 진정성이 있는 것 같았다”며 윤리위원장직을 맡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인 목사의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임명은 국내 정당 사상 ‘최초의’ 윤리위원장 ‘외부 영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인 목사를 영입하기 위해 7차례나 찾아가는 ‘칠고초려(七顧草慮)’를 감내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성추행’ ‘황제테니스’ ‘뇌물수수’ ‘골프추문’ 등의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쇄신시키기 위한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잇따라 발생된 구태한 모습으로 당의 개혁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인사로 손꼽히는 개혁파 인물을 참여시켜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켜보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1년 앞으로 닥친 대선 승리를 위해서가 분명해 보인다. 대선이 다가올 수록 제기될 수 있는 당의 ‘수구보수’ 이미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5일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새출발을 하는 날이다. 정의의 화신이 한나라당에 들어와서 당의 기강을 잡아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청소도 요즘은 외주용역을 준다. 거대한 정당을 정화하는 것이 우리 힘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면서 “이것을 인명진 목사에게 외주를 준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윤리가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될만큼 문란해졌다는 것인데, 인 목사가 한마디로 “도와달라”는 것이다.

어쨌든 인명진 목사의 한나라당 참여는 ‘당 이미지 쇄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이 최근 외면 확대를 내걸고 참정치운동분부의 공동위원장에 유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하는 등 외부인사 영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보수층과 큰 차이가 없는 뉴라이트쪽 인사들에 집중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당내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변화에 인 목사가 과연 ‘소금 구실’을 제대로 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인 목사가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정권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표정관리, 즉 ‘립 서비스’로 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또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에 잡혀먹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바꾸겠다’며 입당했지만 결국 변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인 목사가 과연 한나라당을 ‘종교의 힘’을 통해 윤리적인 당으로 바꿔놓을 것인지 아니면 그 역시 민주화 운동 경력을 이용해 정치인으로 탈바꿈 한 것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최봉석 기자 <bstaiji@sisaseoul.com>

인명진 목사의 약력

▲1946년 충남 당진 출생
▲대전고, 한신대
▲샌프란시스코신학교 신학대학원 박사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 총무(1972~1984)
▲갈릴리교회 목사(1986~현재)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대변인(1987)
▲한국방송공사 이사(1996~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