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외교안보팀 어떻게 개편할까
외교장관 송민순 확실, 통일장관 이봉조 유력,
2006-10-30 이기영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핵심인 통일 - 외교 - 국정원장 - 국방장관이 연쇄적으로 사의표명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전쟁기에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면서 북핵사태 와중에서 외교안보팀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표했지만, 통일외교국방장관들의 잇따른 사의표명으로 외교안보팀 전면개편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6일 외교안보팀 인사 시기문제와 관련, “국정감사 종료시기를 일차적으로 개각시기로 삼고있는데 인선작업이 원활하게 되면 당겨질 수 있겠지만 통일부장관 인선과 함께 하게되면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4일 유엔의날 기념 주한외교단초청만찬 때 기자들과 만나 “인사가 이뤄지려면 2주정도 걸리지 않겠나”라고 언급, 11월초를 개각D데이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통일부장관의 사의표명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외교안보팀 인선방정식이 복잡해진 만큼 11월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여론의 기류를 보면서 윤광웅 국방, 이종석 통일장관의 재기용을 시도할 경우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외교안보팀 인선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올 연말정국은 외교안보팀 인선문제로 소란스러울 가능성이 많다. 북핵사태 후 미국을 중심으로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형국에서 한국은 외교안보팀 개편논란으로 시간을 소일하며 부실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한편 이 통일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부안팎에서는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 청와대 인사들은 이 장관의 사퇴 및 세종연구소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노 대통령이 이 장관카드를 놓지 않으려 할 때 상황은 전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통일부는 이봉조 차관 유력
통일부 출신으로는 지난 2월 퇴임한 이봉조 전 차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전 차관은 국민의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 참여정부 들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책조정실장을 맡은 경험이 있으며 작년 5월 차관급회담을 통해 1년 가까이 중단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를 복원하는데 기여하는 등 대북 협상에도 능하다는 평이다. 이 전 차관과 함께 김형기 전 차관, 신언상 현 차관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인사로는 외풍에 맞서 포용정책을 지켜내기에 중량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통일부 출신으로 장관까지 오른 인사는 정세현 전 장관밖에 없다. 중량감이나 대북 주무부처로서 대통령의 심중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이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외교안보 진용 ‘꾸리기’로 전화
열린우리당 배기선, 문희상, 신기남, 임종석 의원, 우리당 고문인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반기문 외교장관 후임으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장관급)이 사실상 내정되면서 윤광웅 국방장관의 사의도 연쇄반응의 일부분이란 관측이다. 도화선은 외교부장관의 유엔 입성이란 불가피한 사유지만, 내용적으론 북한 핵 위기 속에서 임기 말의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 ‘꾸리기’로 전화하는 셈이다.실제 윤장관의 사의가 개편 폭 확대의 촉발점이지만, 외교안보팀 개편과 같은 틀이 바뀌는 사안의 변화는 노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하다. “인사의 폭과 대상 이런 것에 대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는 언급에서 보듯 노대통령의 의사가 전달된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따라서 누가 어디로, 얼마나 옮길지 등 ‘인사 수수께끼’의 중심에는 송실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안보실 개편, 외교부 내부의 기수 파괴 등 인사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당장 윤장관이 후임 안실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도 그런 흐름의 방증이다.송 실장 기용 여부, 미국 변수
다만 송실장의 기용 여부는 국회와 미국 등의 변수가 아직 남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외교안보팀 개편 흐름의 조기 가시화는 미국을 탐문하는 효과도 예상된다.윤국방장관의 경우 김승규 국정원장과 함께 장기간 재직해와 일찍부터 교체가 거론돼 왔다. 특히 윤장관은 최근 막을 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후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당초 알려졌으나 북한 핵실험 변수가 생기면서 유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윤장관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더라도 국정원이나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등 정부내 다른 자리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까지 지내 누구보다 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정통한 만큼 북한 핵실험 이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김장수(육사27기) 육군참모총장이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번엔 육군 출신 장관이 나올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육군 출신 장관 나올까?
해군 출신인 윤광웅 국방장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육군 인사로는 김 총장을 포함해 안광찬(육사25기) 현 비상기획위원장, 김종환(육사25기) 전 합참의장, 권진호(육사19기) 전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김인종(육사24기) 전 2군사령관 등이다. 참여정부 말기 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현재 주춧돌을 놓은 상태인 국방개혁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육군 출신 인사가 적임자라는 논거에 따른 것이다.육사 27기인 그를 발탁하면 수뇌부를 자연스럽게 교체할 수 있고,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호남민심'을 거머쥐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기영기자 lgy9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