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사회 성역인가?

이건희 “증인석 서겠다”…국회 ‘면죄부’

2007-10-30     김준성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재벌총수 증인채택 무산과 관련해 의원 스스로 국회와 국정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전고등법원 국정감사장에서 제15차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부자에 대한 증인 채택 안건을 표결로 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는 대전고법에 대한 국정감사 종료 직후 이뤄졌으며 재적위원 16명 중 14명 의원이 참석해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찬성 4명, 반대 6명, 기권 4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만인의 관심사였던 증인채택에 대해 한나라당 박세환.주성영.이주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동철.이종걸 의원,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로써 이 회장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증인석을 피해갔다. 이에 앞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이 회장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먼저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 등과 관련해 이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의 국감 증인채택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회장 본인 스스로 국회에서 부르면 증인으로 서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왜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느냐”며 “당사자를 불러 불법적 기업운영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표결로 결정하자는 임 의원의 의사를 수용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당장의 표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며"반발하고 나섰다. 노회찬 의원은 “이제까지 법사위는 가급적 표결을 안하고 진행해 왔다”며 “소수 의원이라도 확인할 것이 있다면 증인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몇몇 의원들이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면 그 의견을 존중하면 될 것이지 왜 찬반 투표를 하려고 하냐”며 “법사위는 국민앞에 떳떳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주성영 의원측은 “바다이야기와 북핵 등 미해결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국감시간 안에 질문 몇 가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반대이유를 밝혔다.
또 “일자리 하나 창출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솔직히 이건희 회장 보다 잘난 것이 뭐 있냐”며 “한 가지 현안도 제대로 처리못하면서 일만 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가 검찰을 상대로 추궁은 가능하겠지만 법사위가 불러낼 자격이 있는지 오히려 부끄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이 회장의 증인 채택 표결에서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6명 가운데 김동철 의원은 “검찰의 수사도 진행중이고 재판도 계류중이다”며 “검찰수사에서도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내용인데 국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그리 많지 않다”고 답변했다. 조순형 의원은 “잘못한 것을 봐줄려고 반대한 것이 아니다”며 “검찰수사가 진행중이어서 국정감사에서 다루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이 잘못한 것은 알지만 짧은 기간에 국회에서 다루기엔 역부족이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의원은 “기업체 사장들이나 오너는 사실상 최종 책임이 있지만 실제 관련 일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자세히 알고 있는 실무자들을 불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박세환 의원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시점상 부적절하다”며 “삼성이 국내기업 위치상 중요위치에 있다보니 자칫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 회장 관련 일은 검찰에게 맡겨도 되는 것을 국회가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한국의 비전을 생각해서라도 ‘흠집내기’식 일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증인채택 부결 직전, 이 회장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지난달 출국했다가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막 귀국했다. 이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검찰 증인채택 문제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순리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감 증인채택이 부결된 것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 비행기로 들어오면서 들었다”며 “그럴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준성 기자 zskim@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