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하나로텔레콤(이하 하나로)의 경영실적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주요 임원들의 주머니만 두둑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나로는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200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는 오는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약 50여명의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을 상정해 승인 받을 예정. 직급별로는 상무급 임원이 각 10만주, 상무보급 임원 각7만5천주, 부장급 실장 4명이 각각 5만주, 팀장33명은 각각 2만5천주가 부여될 예정이다. 또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6천400원, 행사기간은 2년 후인 2008년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나로의 이번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해 노조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적자가 이어졌고, 직원들에게는 임금 동결을 강요하면서 일부 임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용 절감해 임원들 복리후생에 투자하나
하나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스톡옵션은 지난 3월 임원들에게 230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당시 제외됐던 사람들과 신규 임원 등에 대해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는 퇴사하면서 스톡옵션 권리를 포기한 임원들의 것을 회수해 재분배하는 형식이라고.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이번 결정에 스톡옵션 저지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하나로 노조측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절실하다고 하면서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스톡옵션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욱이 뚜렷한 선별 원칙도 없이 대상자를 정하면서 임원과 직원 간 위화감, 괴리감만 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해 하나로와 두루넷 합병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동결했다"면서 "그런 후에 이처럼 소수 임원들의 복리후생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올해 임금 단체협상에서 하나로는 노조의 6.5%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등의 요구에 임금 동결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노사 측은 지난 8월4일부터 10월16일까지 12차례에 걸친 임단협을 실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돼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그런가하면 노조는 사측이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최대주주인 AIG 뉴브리지캐피탈의 경영방식에 순순히 따르는 간부들만을 추려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상무와 상무보 등의 고위 임원을 비롯해 이번 팀장급에 해당하는 33명이 새롭게 스톡옵션 대상자에 포함돼 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주로 회사측의 경영방침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노조 관계자는 "노조측의 일방적인 주장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스톡옵션 대상자에 포함된 간부들이 사측 입장에 순종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졌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팀장급은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편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로 "동기유발차원에서 스톡옵션 부여할 뿐"
이에 대해 하나로 관계자는 "이번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동기유발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잘하라고 격려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톡옵션을 준다고 해서 당장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그런가하면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쟁사들이 임금을 동결하는 등 추이에 비춰볼 때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 "노조는 사측의 임금동결만 부각시키는데, 실제로 하나로는 실적을 올리는 직원들에게 한 달에 최대 1억 원 가까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사기를 진작시켜왔다"고 말했다. 또 "스톡옵션 선별 과정에서 직원간에 위화감이 조성됐다는 노조의 주장 역시 상황을 과장되게 얘기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어느 회사든지 임금을 비롯한 특별한 이슈와 관련해 잡음이 생기는 것은 비슷하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나로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에서는 잇따른 스톡옵션이 경영진으로 하여금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올리기에만 급급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하나로 측에서는 스톡옵션 행사가 2008년 말 이후이기 때문에 주가 띄우기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하나로는 주요신규사업인 TV포털 하나TV에서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하나로는 지난 7월부터 영화나 드라마 등을 PC가 아닌 TV를 통해 주문자선택방식(VOD)으로 시청할 수 있는 하나TV를 서비스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타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도 가입 신청을 받았지만 이를 위한 별도의 망 이용대가 계약을 맺지 않아 LG파워콤과 케이블TV사업자(SO)망에서 서비스가 차단되는 등 물의를 빚었다. 당시 LG파워콤 측은 "하나로가 유료부가서비스 이용대가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 서비스 개시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를 안겨주게 됐다"고 비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스톡옵션 부여가 M&A를 염두에 둔 전략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말도 나오고 있다. 즉 하나로의 최대주주인 AIG뉴브리지캐피탈이 투자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주가 띄우기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것. 하나로 노조 역시 이와 관련해 "어차피 외국인 대주주라는 것은 '털고 나갈 자본'임에 분명하지 않느냐"며 "5천 원 선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지난 8월 하순부터 계속 뛰면서 노조측도 M&A 포석을 위한 주가 부양 측면이 있지 않은가, 의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로 관계자는 "M&A 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나돌았다"며 "방송· 통신융합정책과 맞물려 갖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됐지만 모두 근거 없는 얘기에 불과했다. 스톡옵션 부여를 또 다시 M&A 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고 못박았다.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