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전통 약주 '백세주' 약발 떨어졌다

'제2의 백세주' 없이는 위기 상황 극복 못해

2007-11-06     권민경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생쌀발효법'으로 빚은 전통 약주 '백세주'를 내세워 주류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국순당.

지난 92년 국순당은 백세주를 처음 출시하며 음식점을 직접 찾아다니는 '게릴라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특히 소주와 반반씩 섞어 마시는 이른바 '50세주'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순한 술 시장을 독식해 나갔다. 급기야 98년에는 1천 만 명 판매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전통주 시장의 70%이상을 장악하기도.

국순당 창업주 배상면 회장은 "우리 술이 뭐가 모자라서 소주와 섞어 마시느냐"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지만 50세주의 인기가 국순당의 돌풍을 주도한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백세주의 인기가 하락세를 보이며 국순당 역시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즉 두산의 '처음처럼', 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같은 순한 소주가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백세주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국순당은 직격탄을 맞게 된 것. 실제로 11월 2일 현재 국순당의 주가는 6천5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년 간 최고가 1만8천4백50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순한 소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백세주의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투자 의견 역시 '중립'을 제시했다.

20도 아래 순한 소주 전쟁에 국순당 몰락 위기 겪나

지난달 27일 공시에 따르면 국순당은 3/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27.1% 줄어든 47억원, 영업이익은 67.6%나 급락, 1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근 폭의 하락세를 보여 62.1%급락한 17억원에 그쳤다.

국순당은 공시자료를 통해 매출액 악화의 원인으로 "소주 시장을 포함한 주류 시장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순익 감소의 원인으로는 "매출원가율 상승과 광고선전비·판매활동비 등의 마케팅비용률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4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은 "마케팅비용 감소로 인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국순당이 이렇듯 고전을 겪는 것과는 달리 두산과 진로를 중심으로 순한 소주는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탄생한 두산의 '처음처럼'은 출시 17일만에 누적 판매량 1천 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신제품 소중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였다. 시장점유율 역시 9월 현재 11.4%, 서울지역에서는 21.3%이 점유율을 기록.진로에서 내놓은 순한 소주 '참이슬 후레쉬' 역시 '처음처럼'의 아성을 깨지는 못했지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26일 출시된 이후 37일만에 판매량 160만 상자를 돌파했는데, 이 실적은 최근 전국 3개월 평균 판매량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전국기준 시장 점유율도 16%를 달성한 것이다.

업계 "빅히트 신제품 없이는 수익성 부재 계속될 것"

이처럼 도수를 20도 아래로 낮춘 순한 소주가 사람들의 입맛을 지배하면서 백세주처럼 13~16 도의 약주는 알코올 도수 측면에서 점차 차별성이 없어지며 시장 경쟁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노후화 된 백세주의 이미지를 쇄신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없었다는 점을 국순당 경쟁력 저하의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순당은 백세주 이래 14년 간 이렇다할 만한 빅히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지난 2월 도수 16.5도 짜리 '별'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백세주의 매출 감소 속도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두산이나 진로가 순한 소주를 출시하며 젊은 층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국순당은 2분기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판매광고비(이하 판관비)를 줄이면서 이것이 다시 매출액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증권가에서도 국순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국순당은 판관비 지출의 딜레마 속에서 성장성, 수익성 부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매출액 증가를 위한 과대 판관비 지출, 수익성 회복을 위한 판관비 축소에 따른 매출액 감소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향후 지속적인 영업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백세주라는 특정 제품의 매출 비중 과다로 인해 성장성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신제품 '별'이 축소됐지만 백세주의 매출 감소 속도를 상쇄하기에는 아직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제2의 백세주가 출시되지 않는 한 성장성 부재는 지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현대증권은 "국순당은, 최근 소주시장의 경쟁심화와 백세주의 인지도 하락, 미진한 신제품 효과 등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앞으로도 실적부진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아예 국순당을 커버리지(분석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