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성 ‘경찰 비웃고’, 경찰 ‘검거에 눈감고’

경찰 30개팀 전담반 꾸렸지만…“눈감고 수사했나”

2007-11-06     이재석
[매일일보닷컴=이재석 기자] 탈주범 이낙성(32)이 지난 달 31일 ‘결국’ 검거됐다. 도피생활 1년 7개월만의 일이다. 그동안 이낙성은 서울시내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를 제 집처럼 휘젓고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덕분에 경찰은 또다시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경찰 수사력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이유 때문이다.청송감호소에서 1년3개월째 보호감호를 받던 이낙성씨는 지난해 4월6일 지병인 치질을 수술하기 위해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교도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다음날인 7일 새벽 1시께 병원을 탈출했다.그러나 경찰은 한참 뒤인 당일 오전에야 청송감호소의 신고를 받고 그의 탈주 사실을 알았다.하지만 이씨는 이미 안동을 벗어난 상태였고, 경찰은 뒤늦게 서울로 향한 사실을 알아내 안동경찰서 수사반이 상경, 서울경찰청과 합세해 검거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으나 그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경찰의 검거 노력은 이처럼 첫 걸음부터 오류 그 자체였다.경찰은 결국 1천만원이라는 포상금을 내걸고 전국 버스터미널, 기차역 등을 중심으로 수배전단을 뿌리면서 검거 작전에 돌입했으나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사건 초기, 시민들의 제보가 쇄도했으나 이 모든 게 오인신고였고, 경찰의 사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질무렵에는 이씨의 ‘해외 탈출설’에 ‘사망설’까지 언론에 떠돌아다녀 경찰을 괴롭혔다.이씨를 붙잡기 위해 총 30개 팀 166명 규모의 전담반이 꾸려졌고, 연인원으로 치면 수만명이 동원돼 이씨를 체포하려 했으나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경찰이 이처럼 헛발질을 하고 있을 때 이씨는 감호소 동료를 만나 수십만원을 빌리고 북창동 인력시장을 통해 강남, 서초, 마포, 구리, 부천 등지에서 버젓이 직장생활을 해왔다. 특히 수배 전단지가 전국에 뿌려졌던 도주 초기에도 음식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나, 경찰의 검거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이씨는 마포 일대의 식당과 시청, 신촌 일대 여관을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했지만 이 지역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꿈조차 꾸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전담반을 계속 가동해 검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검거 당일 새벽에도 이씨는 신촌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 뒤 숙소로 돌아가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병원을 찾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물론 경찰은 병원 직원의 신고를 받기 전까지는 이씨의 행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