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압박에 친박계 '딜레마'
탈당 요구에 “쫓겨나가긴 싫고”… 당내 반발은 커지고
2018-01-04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요구하는 ‘인적 청산’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탈당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무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며 “거짓말쟁이 성직자는 이제 당을 떠나라”고 밝혔다.또한 “새로운 패권주의로 국회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취급하고 있다”며 “마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 한 행태는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고도 비판했다.이는 인 위원장이 전날(지난 3일) 서 의원을 향해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 ‘악성종양의 뿌리’ 등에 빗대어 자진탈당을 요구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서 의원과 인 위원장의 충돌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은 것이다. 둘 중 하나는 당을 나가야 끝난다는 얘기다.이런 가운에도 ‘인적 청산’ 대상에 거론되는 친박 핵심들은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가 ‘친박 8적’이라며 청산대상으로 지목했던 서청원·최경환·윤상현·김진태·조원진·이장우·이정현·홍문종 의원 등 8명을 일반적으로 친박 핵심으로 분류한다.이 중 서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반발한 의원은 최경환·조원진 의원정도다. 최 의원은 전날(3일) “차라리 날 죽여라”며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의원도 최근 “탈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반면, 홍문종 의원은 인 위원장에 거취를 위임해버렸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주요당직자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홍 의원이 인 위원장에게 본인 거취 부분을 위임했다”며 “당 쇄신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있어 밀알이 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이정현 전 대표는 이미 전날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다.그동안 계파를 위협했던 상황에서 일사불란하게 보였던 행동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이를 두고 친박 핵심들 탈당 결정에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나가자니 쫓겨나가는 모양새가 나오고, 안 나가자니 비판여론이 거세 고민이라는 얘기다.서 의원은 최근 소속의원 전원에게 돌린 편지에서 “(인 위원장이) 내가 당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가겠다고, 떠나는 시기는 나에게 맡기기로 약속했다”며 “인 위원장 측근인사에게 (인 위원장에게) ‘내가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달라고 말씀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1일 친박 모임에서 “쫓겨나듯 나갈 수는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앞서 정갑윤 의원을 포함해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등 친박 중진급 인사들이 최근 인 위원장과 만나 “명예롭게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딜레마’를 최대한 해소시켜 탈당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