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철퇴 맞은 대딸방 이대로 餓死(아사) 하나
“단속, 위법, 하지만 죽지 않아”
2007-11-13 이재필
대딸방에 비상주의보가 떨어졌다. 최근 대법원에서 ‘손을 이용해 성적 만족감을 주는 유사 성행위는 성매매특별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용해 손님들에게 성적 쾌감을 제공하는 대딸방.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 시행 이후, 법망을 피해 많은 유사성행위업소들이 호황을 누렸다. 특히 대딸방은 여성과의 직접적인 성관계에 버금갈(?)만큼의 쾌락을 제공해 많은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며 전국각지로 널리 퍼졌나갔다. 하지만 이처럼 인기를 끌던 대딸방에 철퇴가 가해진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대딸방과 같은 유사성행위 업소들의 퇴폐영업에 경찰의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경찰이 단속을 해도 확고한 법적 근거가 없어 법원의 해당 판사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엇갈렸기(2005년 서울지방법원 유죄판결, 2005년 12월 수원 S지원 무죄판결, D지원 유죄판결 등)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경찰은 단속의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특히 이로 인해 앞으로 대딸방을 향한 경찰의 수사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퇴폐 유사성행위 업소를 향한 경찰의 압박적인 시선과 법원의 지원. 그럼 지금까지 법의 묵인하에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으로 암암리에 성업중이던 대딸방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매일일보>이 한번 파고 들어봤다. 철퇴 맞은 대딸방지난 5일 대법원의 대딸방 유죄 판결이 있고 3일이 흐른 지난 8일 오후 11시께. 기자는 여의도에 있는 모 스포츠마사지 센터에 들어갔다.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은 스포츠마사지 센터였지만 이 업소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마사지만이 아니었다. 업소는 마사지와 함께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도 같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자가 유사성행위 업소 취재차 이 업소를 찾았던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대여섯 명씩 몰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날은 대기는 커녕 업소 홀에 놓인 소파만이 허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죽겠어요. 손님들이 확 줄어 버렸어요. 하루에 20명이 넘게 몰리던 손님들이 이번주부터는 아예 발길을 끊어 버렸어요. 저번주 하루 매상이 일주일 매상이 될 것 같아요.” 업소 주인인 김모(43.여)씨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설명했다. 김씨는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 손님들이 겁이나 발길을 끊은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명 아가씨 불러 달라고 귀찮게 했는데 요즘은 귀찮게 해주면 오히려 고마운 사람”이라며 “비록 1주일 이긴 하지만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일부 업소 여성들은 대딸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대딸방 역시 이 업소와 마찬가지로 울상짓기는 마찬가지였다. 업소 대표 김모(42)씨는 이번주 급격히 줄어든 손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업소 개점 이후 이번과 같이 위기의식을 느낀 적은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확 줄었다. 반으로 줄고 하는 정도가 아니다. 하루에 3명도 채 업소를 찾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업소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 이모(31)씨도 “1주일 전만 해도 혼자서 하루에 10명 정도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번주 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는 하루에 한명도 만나기 쉽지 않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 대딸방이 적잖은 타격을 받았음을 전했다. 대딸방 사라지지 않는다신종 성매매 업소로 각광 받으면서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대딸방. 업소 주인들이 언급했던 것과 같이 대딸방은 대법원 판결 이후 수익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 성특법 시행이후 한국의 성문화를 바꿔놓은 대딸방은 이대로 몰락하는가.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지금은 비록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게 이들의 생각이다.기자가 대딸방을 취재한 결과 업소 주인들 대부분이 지금은 법원의 판결로 인해 적자를 입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즉 ‘이러다 말겠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성특법 시행 이후 집창촌은 철퇴를 맞았지만 안마시술소와 퇴폐 이발소와 같은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는 버젓이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또한 이에 대한 단속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예로 들며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예고도 대딸방의 존립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주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김씨는 ‘그럼 이제 다른 일을 찾아보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손님이 줄긴 했지만 계속해서 업소(대딸방)를 운영하겠다”며 “솔직히 지금 한순간만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특법 시행 초기, 성매매업소 단속 때도 그랬지만 ‘곧 이러다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강남에 위치한 또 다른 대딸방 업주인 임모(52.여)씨 역시 “지금까지 1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단속 나온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경찰의 단속이야 표면에 보이는 업소들을 대상으로 기간 정해서 하는 것 아닌가. 이번 대법원 판결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오히려 대딸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어 버린 지금, 업소들은 하나같이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편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법을 준비하는 대딸방그는 “업주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편법 한 두 가지쯤은 다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도 단속받은 적은 없지만 그때를 대비해 몇 가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의 설명에 따르면 대딸방과 같은 성매매업소들은 연락망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다. 거기에 삐끼와 같은 호객꾼들이 업소 밖에서 경찰의 단속을 눈치 채면 경찰이 업소에 진입하기 전 연락, 전원 대딸의 흔적(?)을 없앤다는 것이다. 여기에 만전을 기해 카드는 사용 흔적이 남으니 취급하지 않으며 서비스(대딸)시작 전 손님과 ‘마사지만 받으러 왔다’고 말을 맞추는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있다. 임씨는 “손님들은 단속을 두려워한다. 솔직히 이곳 출입하다가 경찰에서 조사한답시고 소환하면 그게 무슨 망신인가”라며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이정도 준비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대딸방 유죄 판결과 경찰의 단속강화 의지에도 대딸방이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순간이었다. 법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는 대딸방대법원의 대딸방 유죄 판결에 시민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 역시 이를 반기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하며 적극적인 법적용과 더 나아가 불법영업장소에 대한 폐쇄 및 불법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말했다.빛나는 여성의 최연희 간사 역시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지 못하던 경찰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며 “불법 퇴폐 업소의 근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대법원의 판결을 적극 환영했다. 경찰청 생활질서과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유사 성행위 업소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유사성행위 업소와 같은 퇴폐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법망을 피해 암암리에 계속해서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 대딸방. 그들은 법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룰을 가지고 국내 성문화를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