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범들 첫 정식재판, ‘혐의부인 향연’

최순실 “정유라 체포로 정신 충격” 호소
중요 사안인 만큼 마라톤 재판 예상

2017-01-05     홍승우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정식재판이 5일 시작됐다.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앞서 4일 최순실 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요구에는 딸 정유라(21)씨의 체포 소식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낸 바 있다.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지만 정식 재판부터는 모두 법정에 나와야 해 최 씨도 이날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사태 이후 이들이 한 자리에 나란히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재판부는 이번 첫 정식재판을 통해 안 전 수석의 핵심 혐의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강제모금’에 대한 서류 증거들을 조사한다. 검찰 신청 증거 중 최씨 등이 증거 사용에 동의한 자료들을 설명하는 자리다.또 재판부는 기금 모금의 핵심 인물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조사할 증거가 많아 다음 기일인 11일로 미뤘다.법조계에 따르면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매 재판이 ‘마라톤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실제로 재판부 역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증거들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최씨 변호인 측은 “몇 시간 동안 기록을 살펴볼 것 같다”며 “양적으로 보면 다른 재판에서는 10분 만에 끝나지만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하나하나 훑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최순실 씨는 이날 재판에서 재판장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으며, 추가 진술 기회를 통해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억울한 부분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이경재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도 “최씨는 대통령,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하려고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어 그는 “최씨는 두 재단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금전 등 어떠한 이익도 취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이 변호사는 정유라 씨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상황을 거론하며 “최씨는 자신의 처지는 고사하고 딸마저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서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를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고 강조했다.안종범 전 수석 측 역시 “대통령 얘기를 듣고 전경련에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한편 최씨와 안 전 수석은 2015년 10월과 지난해 1월 각각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의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으며, 정 전 비서관은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 47건을 포함해 180여 건의 청와대·정부 문서를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