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현재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부활을 위한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금호산업은 한때 건설사들의 노다지 밭으로 불리운 재개발 사업마저 눈물을 삼키며 철수했다. 부채 부담을 최대한 줄여 재무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각오의 결행이었다. 특히 금호산업이 철수한 재개발 사업 중에서 중학동 재개발 사업은 더욱 각별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구설에 휘말려 세간의 입방아 오르내리기까지 했으면서도 끝까지 포기 않았고 마침내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중학동 사업은 인연이 아니었다. 삽을 뜰 찰나 그룹이 무리한 M&A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 금호산업은 우여곡절 끝에 거머쥔 삽자루를 눈물을 삼키며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렇게 중학동 사업은 금호산업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것이 최근 금호산업이 중학동 사업을 함께 진행해온 시행사와 수백억여원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매일일보>이 사연의 앞과 뒤를 알아봤다.
금호산업, 중학동 재개발 사업파트너였던 시행사 측에 230억원 예금반환 소송제기 ‘눈길’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 “계약대로 했을 뿐인데 시행사 비협조로 소송할 밖에 없었다” 해명
금호산업은 당초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인근 77번지 일대 6730㎡에 시행사 KCD(현 인크레스코)와 손잡고 오피스텔을 건립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행사 인크레스코의 전신인 KCD의 편법인허가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동원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와의 로비 및 결탁 의혹 그리고 이 곳 지주들과 오랜 반목 등 수많은 의혹과 비리 등으로 구역 지정된 후부터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급기야 사정당국이 중학동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하여 전‧방위 수사에 나섰고,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악연의 중학동 재개발 사업
이쯤대면 포기라도 할 만데 금호산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 금호산업의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물론 당초 계획보다 사업은 축소돼 예상 개발 이익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묵은 갈증을 해소한 것만으로도 금호산업은 만족스러워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이번에는 쥐었던 삽자루를 하릴없이 놓을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한통운 등 잇단 M&A를 성공시키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모기업이 재계의 우려대로 ‘승자의 저주’에 걸리고 만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그룹 오너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나그룹 회장은 자진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 또한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국내 건설업계 14위에 랭크될 정도로 명성을 떨쳤던 금호산업은 하루 아침에 추풍낙엽 신세가 돼 버렸다. 이때부터 다시 금호산업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일환으로 금호산업은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과 베트남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팔아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재개발 사업도 철수해 채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중학동 재개발 사업도 여기에 포함됐다. 우여곡절 끝에 거머쥔 삽자루를 놓았다. 지난해 10월 시행사 인크레스코는 중학동 부지를 싱가포르 부동산개발펀드인 ‘치넷 디벨롭먼트 펀드’에 매각했다. 총 매각대금은 3.3㎡당 1억원 선인 2700억원.알려진 바에 따르면 치넷코리아(치넷 디벨롭먼트 펀드의 한국법인)는 5000억원대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7성급 호텔을 건립하기로 했다. 현재 치넷코리아는 인수대금을 모두 납입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해서 금호산업에게 아픔만 준 중학동 사업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런데 최근 금호산업이 중학동 사업을 같이 진행한 시행사 인크레스코를 상대로 수백억여원대 소송을 제기, 업계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중학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였던 인크레스코와 우리은행을 상대로 230억원대 예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빌렸으면 갚아야지?
대체 이유는 뭘까. 중학동 사업을 하면서 갖은 풍파를 함께 이겨내 온 동지였는데 말이다.
<매일일보>이 이를 확인하고자 여러 방법을 통해 취재한 결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꽃마을 사업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금호산업은 시행사 (주)프리즘지앤시플러스(이하 프리즘)와 서초 꽃마을 1구역에서 지주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 초기 금호산업은 프리즘에 280억여원을 사업 착수금 명목으로 빌려줬다.자금 대여시 과거 중학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였던 인크레스코가 프리즘의 원금 및 지연손해금 등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 이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프리즘의 대여금을 회수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 특수사업 TFT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인크레스코는 중학구역 부지를 매각 대금 중 230억원은 금호산업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키로 하고 우리은행에 두 회사 공동명의 계좌로 입금했다”며 “다만 인크레스코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위해 1000억원 이상 자금을 조성하면 예금 가운데 200억원을 호텔 매입 자금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자금 조성에 실패했고, 워크아웃 중인 우리(금호산업)로서는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원칙대로 인크레스코로부터 돌려받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인크레스코가 협조를 하지 않아 우리은행에 예금된 230억원을 인출할 수 없어, 부득이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과 시행사간 의문스런 거래
그런데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든 의문은 프리즘과 인크레스코의 대표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사실 프리즘 대표 A모씨는 지난 2004년경 중학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 인크레스코 지분을 매수해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인크레스코의 전신인 KCD B모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세간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A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다만 A씨가 이 당시에도 서초 꽃마을 사업을 금호산업과 진행 중이었으며, 사업 진행 초기에 자신이 인수한 인크레스코를 내세워 보증을 세우게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이와 관련해 금호산업 관계자 역시 “두 회사의 대표는 동일인”이며 “대표가 동일하다고해서 보증을 설 수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크레스코가 협조를 해주지 않아 230억원을 인출할 수 없었다”는 금호산업 관계자의 답변은 현재 서초 꽃마을 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대표가 동일한 회사의 비협조로 소송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어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