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꿈' LG필립스 LCD, '미운오리새끼' 되나

3분기 대규모 영업손실 기록...투자축소로 이어져

2007-11-15     권민경

LG필립스LCD(이하 LPL)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PL은 매출2조7천730억원에 영업손실 3천8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분기에 비해 19.8%늘어났지만, 영업손실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2분기 3천720억원에 비해 또 다시 2.7%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대규모 손실이 계속되자 LPL은 지난달 말 품질센터와 SCM센터, 모듈센터 등 3개 센터를 폐쇄하고 담당 센터장을 자문역으로 발령하거나 교육을 보내는 등 강력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LPL의 이런 상황은 3분기에 대체로 흑자 전환한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초라한 실적이다.

증권가에서 LG그룹의 실적개선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LPL이 이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LPL공장이 위치한 파주 지역 또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파주경제의 핵심이자 꿈인 LPL의 연속적자행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역경제에 자칫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LPL 측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TV용 패널의 판매 단가 하락 때문이라고 밝혔다. LPL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3.4 분기에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는 경영 성과를 보였다"면서 "예상보다 큰 폭의 LCD TV용 패널 판가 하락의 영향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실상 LPL의 3분기 실적은 시장에서 예상한 3000억 원대 중반 수준의 영업손실보다 더 부진한 것이었다. 4분기 역시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LPL은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올해 투자규모 3조원보다 크게 낮은 1조원대로 제시했다. 또 내년 투자액은 8세대가 아닌 5.5 세대 투자 및 현 생산시설의 유지보수 등에 주로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파주 LCD 공장에서 가진 애널리스트데이 행사에서 구 부회장은 "현재로선 8,9,10세대 LCD에 대한 투자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우선 5.5세대 라인을 가동한 후 시장전망, 경쟁우위 등을 고려해서 8세대를 할지, 다른 세대의 라인을 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LPL은 국제 LCD 시장 수요 증가를 겨냥해 7세대 준공 이후 곧바로 8세대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각에 따르면 최근 LPL파주단지는 외장 공사만 마무리하고 소프트웨어인 내부설비 설치공사를 전면 중단한 상태. 여기에 7세대 생산라인도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PL 투자축소, 파주 지역경제에 찬물 끼얹나

경기북부에 위치한 파주시는 그간 군사분계선과 인접해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더뎌왔다. 그러나 LPL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며 파주는 최첨단 개발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준공한 LPL파주 공장은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최대의 생산기지가 됨으로써 국가 경제 활성화의 중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재벌 기업의 성장 차원을 넘어 외국인 투자 유치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돼 직접 고용 2만5천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종업원 등 직·간접 일자리 창출이 모두 1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파주 지역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LPL의 사상 최대 실적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경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적자가 계속되고, 투자마저 축소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보다도 투자를 더 줄이게 되면 파주 쪽에 있는 LPL 협력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PL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고 8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 결정되지 않으면서 LPL에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 또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에 비해 국산장비 사용률이 높아 투자축소에 따른 국내 장비업체들의 타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관련 장비업체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은 "8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축소키로 결정해 관련 장비업체의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며 몇 개의 관련업체를 거론하기도 했다.

삼성은 되는데, LG는 안 돼.. 희비 엇갈려

이처럼 LPL이 적자행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LCD 부문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LCD 부문은 3.4분기 3조원 매출에 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삼성전자는 1.4분기 2.6%, 2.4분기 3%, 3.4분기 5% 순으로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8세대 설비투자를 순조롭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부진 여파로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키로 한 LPL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LCD 부문에 3조2천700억원, 내년에 3조6천억원대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고, 8세대 생산설비에만 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는 추세.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는 LCD 장비 및 부품업체들도 실적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LPL 투자의견 양분.. 부정적 전망이 우세

한편 최악의 실적이 계속되고 있는 LPL에 대해 증권가는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적자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가운데,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전략으로 이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LPL의 적자가 내년 2분기, 또는 4분기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 시점에서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매수를 고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증권은 LPL의 3분기 실적 부진을 감안해 투자의견을 종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 또한 종전 5만730원에서 3만4,100원으로 내리는 등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CJ 투자증권은 LPL 영업적자가 올 4분기(-2780억원), 내년 1분기(-2280억원), 2분기(-4340억원), 3분기(-900억원)까지 지속되고 4분기는 돼야 640억원이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여기에 LPL의 실망스러운 경영관리 능력과 부진한 경쟁력으로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동부증권은 LPL의 3분기 실적이 경영관리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또한 LPL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지만 주가가 상승할 만한 촉매가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은 현 시점은 LPL에 대한 단기매수를 고려할 상황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또 LPL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키움은 또한 LPL의 적자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되겠지만 3분기 이후에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