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코스닥 상장사와 8개월만에 결별한 내막
공격이 최선의 방어였다!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콤과 짧은 교제를 했다가 헤어져 뒷말을 낳고 있다. 둘은 손잡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파경을 맞아 업계에서조차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단지 새로 바뀐 제이콤 경영진과는 아무런 신뢰 관계가 없으며 사업 방향도 당초와 맞지 않기에 결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헤어지면 수십억원대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동아제약 측의 해명이 결별 원인의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동아제약과 제이콤간 경영권 공방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아가 동아제약이 이를 알고서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둘의 결별 여파가 애꿎은 제3자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제약, 70억 손해 감수하고 제이콤과 8개월여 만에 파경 이유 ‘의견 분분’
일각, “동아제약 경영권 공방에 주주들만 피해” 지적…향후 분쟁 불씨 ‘모락 모락’
최근 동아제약이 코스닥 상장사이자 황우석 박사의 장모가 경영하는 (주)제이콤과 제휴를 맺은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동아제약은 제이콤 주식 437만주 중 112만주를 장내 매도했으며, 향후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이 제이콤과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며, 그 원인 찾기에 분주하다.
동아제약, 제이콤과 결별에 ‘담담’
동아제약은 제이콤과 왜 갈라서려는 것일까. 업계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정작 동아제약은 담담한 표정이다.
동아제약 측의 해명은 간단명료하다. 새로 바뀐 제이콤 경영진과는 아무런 신뢰 관계도 없으며, 당초 제휴 목적도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일각에서는 좀처럼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 일색이다. 굳이 70억원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분 매각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시각에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동아제약 측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매입가와 비교해서 손해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지금 (지분을)매각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을 수도 있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제약과 제이콤의 본격적인 교제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시작됐다. 동아제약이 제이콤의 주식 437만주를 사들여 10.32%의 지분을 확보, 주요주주가 되면서다.
당시 동아제약은 제이콤이 의약품 원료 회사여서 안정적인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제휴하게 됐다.
또, 줄기세포치료제와 암치료 보조제 등 제이콤이 추진 중인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샀다.
그런데 왜 만난 지 불과 몇 개월 안 돼 결별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동아제약 측에 따르면 사실 교제가 시작 후 제이콤의 잦은 외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고 한다.
제이콤은 동아제약과 제휴를 맺은 후에 상의 한번 없이 수차례에 걸쳐 대표이사를 교체했으며 회사 지분을 매각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나무이쿼티란 회사에 지분 매각을 했는데, 이 회사는 무선데이터 카드 생산업체인 씨모텍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서 IT분야에 치중하는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동아제약은 교제 목적의 상실로 괴로워했고,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 제이콤의 경영권 위협에 '맞불'
하지만 이를 놓고 업계 일각의 시각은 판이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동아제약과 제이콤 간 경영권 공방에서 답을 찾고 있다.
동아제약은 이복 형제의 난을 겪은 후 안정화로 접어 들 때쯤인 지난해 말 제이콤의 경영권 위협이 들어왔다. 제이콤이 자회사를 동원해 동아제약 주식을 대거 확보 나선 것.
제이콤은 자회사 비티씨팜(3.02%)과 박영숙 회장, 그리고 아들 강용석 사장 등의 지분까지 합하면 4%까지 동아제약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그의 아들 강정석 대표, 기타 임원들 지분을 다 합쳐도 지분은 1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제이콤의 지분은 가히 위협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제이콤이 동아제약의 지분 약 15%를 보유한 업계 2위 한미약품과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동아제약은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때문에 동아제약은 당시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듯 맞불 전략을 택했다. 동아제약 역시 제이콤 지분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아제약이 지금에 와서 지분 매각을 하고 나선 이유는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동아제약은 그 사이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미스클라인와 손을 잡고 우호지분을 대거 늘렸으며, 강 회장 등이 6월말 현재 우호지분까지 합해 보유한 지분은 27.74%(308만9152주)에 이른다.
따라서 제이콤이 확보하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은 더 이상 경영진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제약, 주주가치 훼손?
한편, 일각에서는 동아제약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이콤 지분을 사고팔았다면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부터 동아제약은 제이콤의 지분을 인수한 이유가 원료의 안정적 공급 등보다 경영권 방어가 최우선 목적이었고, 이에 속아 동아제약과 제이콤 지분을 사들인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는 투자판단을 흐리게 한 셈이 된다. 실제로 취득 가와 비교해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동아제약은 제이콤 지분 취득에 약 172억원의 내부 현금을 동원됐다.
그러나 현재 제이콤의 처분단가는 취득단가와 비교해 2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동아제약이 현재 기준으로 제이콤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대략 100억원 가량 밖에 안 된다. 취득 가와 비교할 때 무려 70여억원이 손해를 보 게 되는 셈이다.
여하튼 향후 동아제약이 남은 제이콤 보유 지분을 어떤 식으로 처분 할 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동아제약의 일방적(?) 결별 선언에 현 제이콤 경영진이 어떤 식으로 응수할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