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9년 만에 ‘피의자 신분’…“국민께 송구스럽고 죄송”
뇌물공여 혐의…최순실 지원 둘러싼 朴대통령-삼성 커넥션 ‘정점’
2008년 2월엔 ‘에버랜드 CB 사건·경영권 승계 의혹’ 특검 조사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 일가에 대한 금전 지원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뒷거래’ 의혹의 중심인물로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이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오전 9시 28분께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도착했다.
도착 후 이재용 부회장은 굳은 표정로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대가성이었느냐’,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직접 받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게 됐는지, 그룹의 최씨 일가 지원 결정에 관여했는지 등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수차례 독대를 통해 최씨 일가에 금전적인 지원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후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고, 2015년 3월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이후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공시가 났고, 2달 정도가 지난 7월 10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에 의결했다.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 의결한 후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또다시 단독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이후 삼성은 당시 승마협회장 박상진(64)사장을 독일로 보내 최씨 측과 컨설팅 계약 협의를 진행하는 등 지원 작업이 본격화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부회장 조사를 맡은 검사는 특검팀 내 수사팀장 윤석열(57·23기)검사와 ‘대기업 수사통’으로 알려진 한동훈(44·27기)부장검사다.
윤 팀장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수사 부서를 모두 거친 ‘특수통’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석열 팀장은 법조계 내에서 공직부패 비리와 대기업 비리 수사에 두루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한동훈 부장검사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사건 등 사회적 관심을 끈 대형 기업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을 맡아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원정도박·횡령 수사 등을 이끌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대검 중수부의 후신 격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를 파헤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이정호(51·28기) 변호사와 함께 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친 검찰 출신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정호 변호사와 함께 오광수 변호사(57·18기)를 변호인단에 합류시켰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성열우(58·18기)팀장(사장)을 필두로 한 미래전략실 법무팀도 내세웠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약 9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저가 발행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