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계란값 폭등, 정부의 무능력이 불렀다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연일 계란이 핫이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계란값이 폭등한 데 따른 것이다.
올 초 계란 한판 가격은 닭 한 마리 값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례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을 비롯한 전통 차례음식에는 계란이 꼭 들어가는데다 지난해 남미지역을 강타한 대홍수의 영향으로 식용유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며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을 한껏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SNS 등에서는 계란부침 여러 장을 한꺼번에 먹는 사진이 ‘금수저 인증샷’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들린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에서 계란 160만개, 100t 분량을 수입해 국내시장에 풀기에 이르렀다. 계란 수입은 사상 초유의 일로, 설날 등 수요폭증에 맞춰 비행기로 긴급공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야말로 달걀의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어미인 닭보다 비싼 가격의 귀하신 몸이 됐고, 성장하고서도 날지 못하는 닭이 태평양을 날아서 건너왔으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네티즌들과 업계관계자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계란값 폭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들은 중간 유통상인들의 이른바 ‘사재기’가 계란값을 비정상적으로 올려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I사태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으로 인해 계란 공급물량이 약 30% 줄어들긴 했지만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은 85% 수준이어서 공급대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란 사재기 및 유통위생실태 합동점검’을 실시한 정부는 사재기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내렸다.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처안약처, 각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경우 주로 본사에서 계란의 입고와 재고량 관리를 하고 있고 중소업체는 공급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계란값 폭등 사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사재기 등에 따른 가격 폭등은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미국산 계란의 긴급공수는 설 수요에 맞춘 미봉책일 뿐이고 폭등하는 계란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AI사태로 살처분된 산란계가 30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계란값이 정상화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과 유사한 바이러스가 침투한 일본은 사전방역을 통해 9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데 그치는 등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더욱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AI피해를 줄이려는 어떠한 선재적 노력이나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정부에 실망하고, 그 무능한 정부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양계농가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로 정부가 이전하며 만나기 힘들어진 공무원들이 소위 ‘김영란법’ 뒤에 숨어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지고 뒷북 대책이 횡횡하고 있다. 그나마도 여론에 등 떠밀려 내놓는 면피식 대응책이 전부인 셈이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책상을 박차고 현장으로 나와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