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투자로 200만원 보장? 거짓말 하시네”
지하철 전단지 구인광고는 다단계?
2007-11-20 이재필
“일하러 갔더니 핸드폰 사라고?”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시 신설동역에서 기자는 C모 업체의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하겠다며 앞장섰다. 그렇게 걷기를 5분쯤. 이 사람은 신설동역 근처의 모 교회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간판은 교회였지만 안은 달랐다. 여러 개의 탁자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여성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난 4월 기자가 취재차 ‘제이유 네트워크(다단계회사)’에 방문했을 때와 사뭇 비슷한 분위기였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자 L모씨가 반갑다며 인사를 건냈다. L씨는 이곳에서 핸드폰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투잡으로 돈 좀 벌려고 왔다”는 기자의 말에 L씨는 “잘 왔다”며 자리를 권했다. L씨는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의 사업 얘기를 꺼냈다.L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개인이 핸드폰 대리점을 대신하는 곳. 쉽게 얘기하면 고객이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개통하면 갖게 되는 수익금을 이곳 사업자에게서 개통하면 수익금이 그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L씨는 설명을 마친 후 기자에게 “현재는 통신 산업이 최고의 사업이다. 자본금 투자 없이 무한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이것 밖에 없다”며 “당신이 이곳에 가입을 하고 당신이 또 다른 사람을 또 다시 가입 시킨다면 그 사람의 실적까지 당신에게 돌아가는 최고의 네트워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기자가 “그렇다면 고정된 수입은 없다는 이야기인데 전단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하루 1~2시간 투자해서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이씨는 “당신이 노력만 한다면 100만원은 우습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 달에 500만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업을 하려면 핸드폰 개통이 필요한데 지금 당장 여기서 핸드폰을 개통하라”며 50만원을 요구했다. 전단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 허위과장이었음이 들어난 순간이었다. 허위 과장 광고는 C회사 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철 5호선에 구인 전단지를 배포한 A업체 역시 허위과장광고였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A업체는 전단지에 ‘물류관리 월 200~300만 가능’이라고 표기하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자가 찾아갔을 때 A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팔아 오는 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전단지에 쓰여 있는 대로 급여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또 다른 피해자들
허위과장 광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구인업체들. 하지만 지하철을 통해 구인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들과 같이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지는 않는다. 구인광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하철을 택한 사람들,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점을 노려 구인을 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3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지하철 1~5호선에 배포되어 있는 구직광고전단지 6개 업체를 찾아가 확인한 결과, 위에서 언급한 2곳을 포함한 3곳은 허위과장광고였지만 나머지 3곳은 급여에서부터 작업의 내용까지 광고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일치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S업체의 경우 전단지에 나와 있는 ▲생산업 핸드폰 부품 생산업▲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급여 80만원▲점심 보장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이 업체의 관계자 김모(47)씨는 “요즘 사람구하기가 힘들다. 구인광고 비용을 많이 책정할 수 있을 만큼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하철 전단지 광고였다”라며 “하지만 다단계회사와 같은 일부 업체가 지하철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광고를 내다보니 사람들이 애초에 구인광고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언급했던 것 처럼 사람들은 지하철에 깔려 있는 구인광고를 보면 ‘이거 정말 사실일까’하는 생각에 외면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이는 ‘허위과장광고로 일관하고 있는 일부업체의 행태 때문이며 이로 인해 다른 진실된 업체들까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