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서민 삶’… 보험·적금 깨서 로또 샀다
보험 해지 역대 최고 수준…적금 해지도 300만건
로또 3조5천억원어치 판매…1천원 인하 후 최대
2018-01-16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지난해 경기 악화로 깊은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늘었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그대로인 반면 체감물가는 거침없이 치솟았기 때문이다.돈 쓸 데는 많은데 주머니가 가벼워지니 아쉽지만 보험과 적금을 해지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또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로또를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16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을 살펴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0.7% 늘어난 수치이기는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줄었다. 또 체감물가를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소득은 그대로고 물가만 오른 모양새가 됐다.사는 것이 힘들어지다보니 가계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295조7531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1월부터 9개월간 92조6539억원 늘어난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보험과 적금에 손이 갔다.지난해 1~9월까지 생명보험사에서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13조7144억원, 해약 건수는 333만6021건에 달했다. 보험회계 기간을 감안해 매년 9월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지난해 월평균 해약환급금은 1조5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해약환급금이 1조5000억원대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적금을 깨는 이도 늘었다.전국 5대 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이 적금을 중도 해지하는 건수는 298만4306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282만6804건보다 5.6% 오른 수치다.이러다보니 이도 저도 없는 서민들이 기댈 곳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인 ‘로또’밖에 없었다.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은 3조5500여억원 어치가 판매됐다.이는 전년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며 판매량 기준 35억5500게임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지난해 로또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100만명을 넘은 실업자 수 등 불경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로또는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