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내 국제적 외톨이가 되고 말건가

2006-11-22     매일일보
정부는 최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원칙과 목표는 지지하지만, 무력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PSI에 의한 선박검색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우리 정부가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우리가 PSI에 참여하면 마치 전쟁이라도 나는 것처럼 국민여론을 조장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운영경험에서 보듯 PSI에 참여하더라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우리는 유엔의 회원국이자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이며, 북핵의 최대 피해국이기도 하다.따라서 우리는 UN의 대북제재결의에 적극 동참해야 하며,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대다수의 유엔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그런데도 정부는 남북해운합의서만으로도 대북제재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 눈치 보기에 불과하다.실제로 정부는 2004년 6월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 이후 단 한 차례도 북한선박에 승선하여 검색을 실시한 바 없으며, 그저 통신으로 일부 선박을 검색했을 뿐이다.또 남북경제협력을 한다고 부산과 북한 나진을 주1회 정기운항하는 ‘추싱호’에 대한 검색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싱호는 “한국선박은 북한에 들어올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따라 우리 해운회사가 빌려 쓰고 있는 중국선박이다. 이 선박은 2001년과 2003년 2차례에 걸쳐 히로뽕(136.23kg)을 밀수하려다 적발됐고, 이후에도 7차례에 걸쳐 말보로ㆍ마일드세븐과 같은 위조 외국담배(340만7500갑)를 밀수하려다 적발된 바 있다.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외국 정보기관이 수사요청을 해온 경우에만 마지못해 적발에 나섰을 뿐 스스로 적극적인 수사를 한 바 없으며, 적발한 경우에도 해당선박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이를 숨기고 쉬쉬하기에만 급급했다.결국,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 어떻게 북핵을 제거할 수 있단 말인가.북한의 눈치를 보고, 두둔하기만 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이 정부는 저들의 핵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남북 간의 힘의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핵을 폐기하고, 조속히 힘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정부는 유엔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PSI에 공식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를 거부한다면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며, 결국은 우리도 북한과 함께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 이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