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조각사 정립 '조선왕릉 석물조각사(Ⅰ)' 발간
2018-01-20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조선왕릉 석물조각,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1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의 학술 가치를 조명하고 보존관리를 위한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시대별 왕릉조각 양식을 종합 분석한 첫 번째 결과물인 『조선왕릉 석물조각사(Ⅰ)』를 발간했다고 밝혔다.조선왕릉은 석인상과 석수(石獸, 동물조각), 비석 등 1,400여 기에 달하는 석물을 간직하고 있어 녹지 위에 펼쳐진 거대한 야외조각장에 비유되고 있다.석물은 조선왕릉을 대표하는 유물이자 조선왕조 동안 일관성 있게 제작돼 역사성과 고유의 미감을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대상임에도, 워낙 수가 많고 연구인력이 부족해 학계에서도 충분히 면모를 밝히지 못한 실정이었다.이번에 발간한 학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0년 넘게 축적해 온 자료를 집성한 것으로 △ 조선왕릉 석물의 기원, 재료, 제작공정, △ 신라~고려, 조선~대한제국에 이르는 방대한 시간적 편년에 따른 조각양식 등 미술사적 관점에서 왕릉석물의 변천을 통시대적으로 파악한 최초의 개론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조선왕릉 문․무석인상과 비석(신도비(神道碑)․표석)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번 책자는 △ 우리나라 왕릉조각의 시원(始原)을 이룬 신라왕릉 석인상의 특징, △ 발해와 중국의 요․금․송․원나라대 양식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전통을 수립한 고려왕릉 조각의 대외교류 양상과 조선으로의 이행, △ 조선왕릉 석인조각과 능제(陵制)와의 관계, 도상(圖像) 변화 등을 규명해 역사적․예술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선정했고 한국왕릉 조각사 편년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도상(圖像)은 미술품에 표현된 특정한 이미지. 종교․제도․관습 등 시대적 의미를 포함한 형상을 말한다.특히, 신라왕릉 석인상 중 ‘서역인 이미지’로 잘 알려진 원성왕릉(일명 괘릉) 무인상은 조선왕릉에 무석인상이 놓이게 된 기원이 됐다.또한 서역의 직접적 영향이 아닌 신장상(神將像) 등 당시 불교조각의 영향으로 후대에 제작되었다는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담았다.신장상(神將像)은 사찰에 조성된 사천왕상과 보살상을 이른다.또한, 분단으로 인해 확인하기 힘든 북한의 고려왕릉 석인상의 실제 모습을 지면을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또한 조선왕릉 석인상․비석에 숨겨진 변화상을 문헌과 시각자료로 고찰해 그동안 조선왕실 조각의 성격이 절제미로 규정되어 온 것과 달리 개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이러한 연구결과는 앞으로 한국왕릉 석물의 특징과 성격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내년에 발간되는『조선왕릉 석물조각사(Ⅱ)』는 이번 제1권에 수록된 석인상과 비석 외에 석수와 병풍석 등 기타 석물을 모두 다룰 예정이다.완간되면 불교조각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조선 시대 조각사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 석물 조각사를 정립하는데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이번에 발간한 책자는 국‧공립 도서관과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며, 원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 조각사에 있어 왕릉조각의 위상을 규명하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학술성과를 지속해서 공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