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9돌 ‘한나라’당…대선 앞두고 ‘세나라’ 되나?
유력 대선주자에 ‘줄서고’ 서로 비방… ‘한나라’야 ‘세나라’야?
2006-11-26 최봉석 기자
지난 1997년 11월 21일. 15대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상황. 이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당을 탈당했고, 한나라당은 그렇게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21일 한나라당은 창당 9돌을 맞았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 분위기는 어수선한다.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당내 ‘빅3’의 ‘대권경쟁’이 도가 지나칠 정도라는 평가가 만날 쏟아질정도로 ‘혼탁함’ 그 자체다.
한나라당은 또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이처럼 과열양상을 띄면서 당 지도부가 ‘당의 분란’을 우려해 “대권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설상가상격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그동안 마음 속으로 숨겨왔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줄서기’가 본격화되고 있고 한발 나아가 상대 진영에 대한 비방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비방’의 중심에는 ‘색깔론’이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에) 들어와보니 당혹스러울 정도로 변화 의지가 없다”면서 “이념, 색깔론, 줄서기, 패가르기와 같은 한나라당의 찌꺼기, 고질적인 병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확고히 자기노선과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의원들이 당내 분파들간의 ‘줄서기’ 경쟁에 휘말리면서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고, 이로 인해 의원들의 ‘국정활동’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권레이스가 위험수위에 오르면서 한나라당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대선을 일년 앞두고 ‘위기의 계절’이 당에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지난 2002년 대선까지 이회창 전 총재를 주축으로 일사분란한 대오를 유지했던 한나라당과의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선패배라는 아픔을 맛보았고 이 전 총재는 정계를 결국 은퇴했다.상황이 이렇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경선 열기가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오히려 정권교체의 독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특정주자에게 노골적으로 줄서거나 특정캠프에 가담하는 일 금지 ▲악성 루머 유포·비방 삼가 ▲대의원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지호소 자제 ▲캠프별로 지역별 사조직 입회 강요 금지 ▲사무처 요원들의 줄서기 행위 금지 등 5개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쪽으로는 의원들이 몰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서울시장쪽에는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의 ‘원조’ 멤버로 몰리고 있으며, 박 전 대표쪽에는 김무성 유승민 유정복 의원 등이 집중되고 있다. 캠프마다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내부 충성경쟁도 벌어지고 있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과의 네거티브 공방이 늘어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의원은 당분간 특정 주자에 줄 서지 않겠다는 모임까지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한나라당은 최근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참정치 운동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변화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의 마찰음은 갈수록 요란스러워지고 있어 내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창출할지 정치권은 한나라당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